저비용항공사 일본노선 확장 전략, 엔고에 실적 발목 잡히나

2016-06-27 18:37

엔화 환율과 인천 출발 탑승객 추이.[자료=인천공항공사·KEB 하나은행]


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의 알짜 노선인 일본 노선이 엔고 영향으로 실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외환시장에서 원화 대비 엔화 환율은 100엔에 116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화 환율의 매매기준율이 1150원을 돌파한 것은 2013년 이후 3년만으로, 지난 24일 하루에만 엔화는 5.8% 급등하는 등 단기적인 엔고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김남조 한양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엔고가 1~2개월 지속된다면 일본 여행객은 점차 감소하고, 중국이나 동남아로 여행 수요가 바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과 관광은 굉장히 상관 관계가 높다"면서 "엔화가 올라간 것은 씀씀이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용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은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본 노선은 국내선인 제주도와 거리는 큰 차이 없지만 항공권의 가격은 2~3배 비싸기 때문에 대부분 항공사에게 황금 노선으로 인식된다. 특히 LCC 각 사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노선의 신규 취항과 증편을 예고한 바 있다.

대형 FSC(풀서비스항공사)인 대한항공은 일본 노선의 수익이 매출의 10% 미만인데 비해, LCC는 각 사별로 매출의 20%까지 일본 노선이 차지하고 있어 엔화 환율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LCC 각 사별 일본 신규 취항 및 증편 계획.[자료=각 사]


LCC 중 가장 많은 일본 노선을 띄우고 있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인천~도쿄(나리타) 일 3회, 인천~오사카(간사이) 2회를 비롯해 8개 일본 노선에 일 14회 운항을 하고 있다. 또 오는 20일 인천~삿포로 신규 취항을 앞두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일본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출발하는 도쿄·오사카·사가 등 7개 노선과 대구~오사카 노선을 운항 중이며, 9월부터는 대구~후쿠오카·도쿄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에어부산도 부산을 기점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등 4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또 7월 4일부터 부산~도쿄 노선을 일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삿포로 노선을 오는 1일부터 주 3회에서 5회로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도 각각 6개 노선과 4개 노선에서 일 7회 비율로 운항을 하고 있다. 진에어는 오는 1일부터 인천~도쿄를 신규취항하며, 이스타항공은 인천~후쿠오카 운항을 시작한다.

인천공항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인천~일본 노선의 총 항공편수는 4384편으로 전년 동기 17.5% 증가했다. 즉 대부분 항공사가 일본 노선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에서 일본으로 출발하는 승객의 수는 지난 1월 40만726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30만747명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출발했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 탓이 크지만, 엔고 현상이 지속된다면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관광객의 수요는 급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LCC 업계 관계자는 "엔고가 지속된다면 한국인 승객의 부담이 커져서 국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항공사 별로 단기적인 실적 악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