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더 늦기 전에 이번 주말 평창 백룡동굴에 가보세요!

2016-06-21 19:00
칼럼니스트(문학박사)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에 있는 '백룡동굴' 내부[사진=평창군청 문화예술팀 제공]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는 수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볼 수 있는 타임캡슐이 하나 있다. 전기 등의 인공시설을 하지 않고 한정된 인원(1일 240명)만이 탐험복을 갈아 입고 들어가는 백룡동굴(白龍洞窟)이 그것이다. 백운산의 ‘백’과 이곳을 발견한 마하리 절매마을의 정무룡 씨의 ‘룡’자를 따서 이름 지은 것이 매우 흥미롭다.

1979년 2월 10일 영구 미공개 천연기념물 제260호로 지정된 이 석회암 동굴은 2000년 영월댐(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돼 수몰 위기를 넘긴 뒤에도 국민들에게 속살을 보이지 않았다. 여느 동굴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파곡현상(波曲現象), 동굴 건천(乾川)과 연엽(連葉) 형성, 3차원의 퇴적현상 등 특이한 현상이 많을 뿐 아니라, 원형보존이 잘 돼 있는 등 학술 연구대상으로도 중요해 영구 미공개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주굴인 A굴(775m) 외에 B굴(185m), C굴(604m), D굴(300m)이 있다고 하나, 이곳을 안내하는 동굴해설사에 따르면 조그마한 틈들이 몇 개 더 있어서 그 쪽으로 다른 동굴 루트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룡동굴에서 발견된 동물은 모두 35종으로 돌좀벌레, 장님굴새우, 장님애새우, 금띠노래기, 물좀벌레 등이다. 특히 반도굴아기거미와 붉은박쥐는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백룡동굴 내부[사진=평창군청 문화예술팀 제공]


문화채청은 2013년 7월 19일부터 올해 7월 18일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개방허가를 했다. 재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동강에 서식하는 수달, 어름치, 쉬리 등을 직접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지난해까지 1만8000여 명이었다고 한다. 

이곳은 한 회당 20명 내외로 하루 12회 개방하고 있으며, '관람'이 아닌 '탐험'을 선사한다. 변정훈 동굴해설사 팀장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은 동굴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이내로만 탐험객을 받고 있다"며 "개장 이후 지금까지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등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약을 하고 탐험복을 갈아입고 입장하는 과정에서 탐험객은 천연기념물의 보호와 유지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다. 말 그대로 생태체험의 생생한 학습장인 샘이다.

백룡동굴에는 다른 동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몇 가지 특이한 종유석과 석순이 있다. 이곳의 대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달걀프라이 모양의 해파리형 종유석은 동굴방패의 성장을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곡석, 휴석, 동굴산호 등이 특히 아름답고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백룡동굴의 대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해파리형 종유석 [사진=평창군청 문화예술팀 제공]


한때 동굴 안에 있던 길이 43㎝, 둘레 18㎝, 무게 2.2㎏ 규모의 남자 성기(男根) 모양의 종유석이 도난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제자리를 찾았다.

때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과 절경을 자랑하는 백룡동굴 앞에는 래프팅으로 유명한 동강이 흐른다. 뱀이 가는 모습을 닮았다 하며 '사행천'(蛇行川)이라고도 한다. 정선군의 스카이워크를 비롯해 강으로 둘러싸인 한반도 모습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 바로 평창군이다.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에서 배를 타고 가면 보이는 마하리의 모습은 으뜸 절경이다. '삼국지'에서나 보이는 서촉지방으로 가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잔도(棧道)와 같은 길이 백운산 험한 벼랑 끝에 선반처럼 매달려 있다. 그 유명한 중국 장가계 천문산 통천대도의 귀곡잔도나 유리잔도나 황산의 서해대협곡의 잔도에 뒤지지 않을 듯하다. 이번 주말에 꼭 가봐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