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청산' 아닌 '계파갈등' 부추기는 새누리당 혁신비대위
2016-06-20 17:0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당명만 빼고는 모두 다 바꾸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당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제안하고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있는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인사말에 있는 문구다. 지난 2일 비대위가 출범하고 보름 남짓 지났다.
새누리당의 양 계파는 비대위 구성을 놓고 빚었던 전국위원회 파행에 이어, 이제는 사무총장 경질 건을 놓고 2차전에 돌입한 상태다. 절박하게 '혁신'하겠다던 비대위는 그 중심에 서 있다.
지난 16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의 일괄복당을 결정한 이후, 김 위원장은 '강압적 분위기' 등을 이유로 불쾌감을 표하며 당무를 거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표현을 써 가며 분위기를 몰고갔다는 이유에서다.
주말께 정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김 위원장은 복귀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이날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복귀 전제로 내건 조건은 사무총장 재 인선이었다. 비대위원장을 보좌해야 하는 사무총장이 나서서 반기를 들고, 분위기를 몰아갔다는 친박계의 지적이 곧 그 이유다.
친박계에서는 권 사무총장 문제가 이미 다 종결됐다는 입장이다. 김태흠 의원은 비대위 회의 직후 "당의 관례상 해임이나 경질, 교체 시 최고위원회에서 의결을 거친 적이 없다"면서 "비대위원장 결정으로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친박계 의원들 30여 명이 의원회관에서 별도로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의원총회 소집과 권 사무총장의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의총에서 정 원내대표가 복당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유 의원 등 복당 대상자들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권 사무총장을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비대위 회의 통보를 받지 못한 권 사무총장은 회의 전 김 위원장과 면담을 했고, 이후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는 "당헌당규상 당 대표, 즉 비대위원장은 당직자 추천권한만 있다"면서 "해임 의결이 없는 한 저는 계속 사무총장"이라고 반박했다. 내부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도 공개 회의에서 "만약 경질 방침이 복당 문제와 연계된 문제라면 이건 비대위의 자기부정이자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혜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복당에 대해 의사를 개진한 사람을 문제삼아 경질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당이 그렇게(권 사무총장 사퇴) 되면 특정 패거리가 자기들 마음대로 당을 좌지우지하는, 그래서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명확하게 결론을 맺지 못하면서 비대위는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권 사무총장이 앞으로도 업무를 계속 하겠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상황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구나 '계파 청산'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풀어야 하는 비대위가 오히려 나서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당장 권 사무총장의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한 비대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위원장의 결정에 달린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