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의 역사적 맞대결…‘ML 대선배’ 추신수, ‘동갑내기’ 오승환 울렸다

2016-06-19 11:25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사진=연합뉴스(AP)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동갑내기’ 코리안리거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프로 데뷔 후 가진 첫 맞대결에서 ‘빅리그 대선배’ 추신수가 웃었다.

아마추어 시절 이후 무려 16년만의 맞대결. 당시 추신수는 투수, 오승환 타자로 대결을 펼쳤으나, 세월이 흐른 뒤 둘의 위치도 보직도 달라져 있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오승환은 추신수에게 일격을 당했다. 추신수는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고, 결국 이 안타는 텍사스의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오승환은 삼진 2개를 잡아놓고도 추신수에게 안타를 맞은 후 흔들리며 2실점을 했다. 오승환은 폭투와 수비 실책 불운이 따른 1자책점이었으나, 지난달 27일 워싱턴 내셔널스전부터 이어온 11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마감했다. 6월 첫 자책점 경기였다.

1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와 세인트루이스의 경기. 세인트루이스가 3-0으로 앞선 8회말 오승환과 추신수가 프로 데뷔 후 빅리그에서 처음 맞대결이 성사됐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특급 불펜’이었고, 추신수는 부상 복귀 후 텍사스 부동의 ‘리드오프’였다. 오승환은 선발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에 이어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첫 두 타자를 삼진으로 가볍게 처리했다. 오승환은 로빈슨 치리노스를 6구째 패스트볼로 파울팁 삼진을 잡은 뒤 대타 미치 모어랜드도 6구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오승환의 세 번째 타자가 추신수였다. 오승환은 추신수의 허를 찌르는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째는 바깥쪽 패스트볼로 파울을 유도했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오승환의 3구째 선택은 시속 94마일(약 151㎞)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추신수는 오승환의 승부구를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툭 받아친 타구는 중전 안타로 연결됐다. 추신수의 이날 경기 멀티안타(2안타) 작성.

추신수에게 일격을 당한 오승환이 흔들렸다. 후속타자 이안 데스몬드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얻어맞아 추신수를 3루까지 보냈다. 계속된 2사 1, 3루 위기에서 불운이 겹쳤다. 오승환은 노마 마자라를 상대로 3구째 슬라이더가 포수 뒤로 빠져 폭투가 됐고, 이때 3루 주자 추신수가 홈을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오승환이 11경기 만에 기록한 자책점이었다. 이어 오승환은 마자라를 1루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1루수 맷 아담스가 포구 실책을 저질러 3루 주자 데스몬드마저 홈으로 불러들였다. 비자책으로 기록된 2실점째. 오승환은 후속타자 아드리안 벨트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으나 프린스 필더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3-2로 역전 허용 없이 홀드 요건을 갖춘 채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텍사스는 9회초 오승환이 내려간 마운드를 두들겼다. 그 중심에는 추신수가 있었다. 추신수는 1사 만루 찬스에서 마무리 투수 트레버 로젠탈 대신 오른 케빈 시그리스트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8구째 볼넷을 골라내 3-3 동점 밀어내기 타점을 올렸다. 결국 역전타를 허용한 세인트루이스의 3-4 역전패. 불씨를 제공한 오승환은 웃을 수 없는 날이었다. 오승환은 이날 1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고, 시즌 평균자책점도 1.56에서 1.78로 올랐다.

팀의 역전승 첨병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추신수는 오승환을 울리며 4타수 2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시즌 타율을 0.200에서 0.235로 끌어올렸다. 빅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뒤늦게 입성한 오승환에게 한 수 가르치며 혹독한 맞대결 신고식을 치르게 한 날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