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교수의 차이나 아카데미] 중국에서 소송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2016-06-17 07:00
'관시문화' 중국…소송 보다는 협상·화해 방식 분쟁 해결
협상·조정>중재>소송 순으로…공정성·투명성·신속성 떨어지는 '소송' 절대 피해야
협상·조정 혹은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방식 계약서 명시할 것

강효백 경희대학교 중국법학과 교수


"좀 다퉜다고 해서 재판소에 가지 말라, 조금 목이 마르다고 해서 술집에 가지 말라." <영국 속담>
"중국에서 송사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문협(文俠) 강효백>


한국인 투자자가 중국에서 법적 분쟁을 만났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사법연수원에서 펴낸 '중국법' 교재를 비롯한 국내에서 출판된 중국법서 대부분은 중국 인민법원의 민사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의 서술에 주력하고 있다.(1)*

그러나 중국 사업 자체에 실패한 한국인의 수보다 중국측과의 분쟁으로 인민법원 송사에 모든 걸 다 걸기 하는 바람에 철저히 망해버린 한국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한국인의 불타는 열정과 악착같은 승부 근성을 사업에 쏟아 붇는 대신 인민법원 소송에 몰입하는 바람에 망하는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못해 찢어질 것 같다. 더 이상 못 참겠다. 한국 유일의 중국법 전임교수로서 그동안 여러 말 못할 요인으로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감히 하겠다. '가슴속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이라는 소설제목처럼 할 말을 가슴속에 묻어버리면 죽어서 한이 될 것 같다.

“중국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쪽이 소송으로 싸우는 것보다 피해가 적다.”
“소송은 NO!, 중재 OK!”
"협상 조정 중재는 win-win, 소송은 lose-lose"
“소송하면 죽고 협상하면 산다(訴訟死 協商生)!”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관시(關係)' 문화로서 협상과 화해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해 왔다. 반면, 소송 등 국가기관의 강제력에 의존하는 분쟁처리 방식은 극구 회피해 왔다. 이러한 중국의 전통적 소송 기피 문화는 중국의 현행 법제에도 반영돼 있다.

중국의 각종 법률과 법령, 특히 외국인과 중국측 사이의 투자분쟁 해결은 일반적으로 협상(화해), 조정, 중재와 소송 중에서 선택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위해 미국의 계약법을 주로 참고하여 1999년 제정한 '계약법(合同法)'은 헌법에 버금가는 중국의 27개 기본법률 중의 하나이다. 428개 조문으로 이루어진 계약법 조문 중에서도 핵심조항 제128조를 살펴보자.(2)*

당사자는 화해와 조정을 통하여 계약상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당사자가 화해 또는 조정을 원하지 않거나 또는 화해와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중재합의에 따라 중재기구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섭외계약의 당사자는 중재합의에 따라 중국 중재기구 또는 기타 중재기구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당사자가 중재합의를 체결하지 않았거나 중재합의가 무효인 경우에는 인민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당사자는 확정된 판결, 중재결정, 조정을 이행하여야 하고 이행을 거부한 경우에는 인민법원에 강제집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계약법'을 비롯한 관련 중국 법률과 법령에서는 협상(화해)과 조정을 우선, 중재를 차선으로, 소송은 마지막의 순으로 분쟁 해결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 국가의 소송법 입법례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규정이다.

한국인 투자자는 이처럼 군자대로행 같은 넓은 길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국법 관련 지식인들은 더 이상 한국인 투자자에게 중국 내국인도 기피하는 인민법원 소송의 좁고 길고 어둡고 험난한 절망과 죽음의 길을 가라고 부추겨서는 안 된다. 그러는 게 아니다. 국내거주 한국인에게 하듯이 그러면 못 쓴다!
 

중국 투자분쟁시 해결방법 우선순위[그래픽=저자 제공]


예나 지금이나 중국에서는 법원에 소송 제기 이외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대체적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이 법원 소송보다 오히려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ADR은 자유로운 토론과 변론을 통해 신속하게 분쟁 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하여 분쟁을 종식할 수 있다. 협상(화해), 조정, 중재 등 ADR은 구체적 타당성에 맞는 상식적인 해결을 도모하면서 중국법과 중국사회간의 거리를 최적화시키고 있다. ADR은 당사자 모두가 승리하는 '윈윈'의 결과를 도모할 수 있다. 즉 협상, 조종, 중재는 윈윈이지만 소송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법의 본질적이고 실재적인 질문을 하나 하겠다. 분쟁이 법원의 판결로 해결될 수 있는가? 엄밀히 말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원은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다. (법원의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법원은 분쟁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인간(人間)이라는 즉 ‘사람(人)’ ‘사이(間)’의 분쟁을 법원에 소송하면 분쟁이 ‘해결’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분쟁이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처리’될 뿐이다. 따라서 법원 소송의 승소자도 패소자도 모두 패자일 뿐이다.

특히 중국의 인민법원은 외국인에게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라 분쟁을 처리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사무치게 깨닫게 하는 곳이다. 우주에서 하나 뿐인 소중한 자신의 인생과 사업의 운명을 송두리째 중국 인민법원에서 ‘처리’ 당하고 싶은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당사자간에 직접적인 화해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제일 좋다. 화목을 해하지 않으므로 협력관계의 유지와 발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의 승소 및 집행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일 당사자간 직접 접촉하는 화해 협상이 어려울 경우는 제3자가 참여하여 그의 설득과 권유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인 조정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

만일 협상(화해)도, 조정도 통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민법원 대신 중재기관을 찾아가라. 중재는 앞의 사법연수원 '중국법' 교재가 기재한 것처럼 중국에서 법적 분쟁을 만났을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는’ 분쟁해결제도의 하나가 아니다. 중재는 법원 소송 대신에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 최후의 분쟁 해결제도이다.

인민법원에서의 민사소송은 중국의 사법현실상, 공정성, 투명성, 전문성, 신속성 그리고 강제집행이 담보되기 매우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는 중국인민법원에서의 신속·공정·투명한 판결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만에 하나 승소하더라도 판결의 집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것을 '집행난(執行難)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행정권력의 압도적 우월성과 사법절차 및 그 집행의 지체성과 낙후성으로 쉽게 개선하기 어려운 중국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다.

더군다나 각 지방의 인민법원은 인사와 재정 면에서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기에 지방정부의 이익과 관계되는 사건에서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더욱 더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늪과 같은 나라다. 그리고 인민법원은 그 심연을 알 수 없는 깊고 검은 늪의 중심이다.

“소송인에게는 주머니 세 개가 있어야 한다. 지식 주머니, 돈 주머니, 인내 주머니다." <프랑스 속담>

프랑스 속담대로 자신의 중국법과 제도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10년 넘게 지속되는 소송도 버틸 수 있는 시간과 재력과 인내력이 있다면 중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도 하지 않는 중국 법원의 민사소송을 통한 분쟁 해결방식은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좋다.

중국에서 중재는 법원소송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1심으로 끝나므로 시간 및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중재는 일반적으로 종국적이고 법원의 판결같이 2심과 재심이 없으므로 절차상 신속한 사건 종결이 보장된다.

둘째, 형식에 융통성이 강하다. 중재인을 당사자가 지정하고, 외국인의 중재대리도 가능하다. 즉, 한국의 대한상사중재원도 얼마든지 중재기관으로 채택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중국 실정상 소송보다 더욱 공정성이 보장되어 외국인에게 유리하다.

셋째, 전문성이 강하다. 중재원은 일반적으로 관련분야의 전문가, 학자로서 심오한 전문지식과 숙련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사건의 정확하고 공정한 처리에 유리하다.

넷째, 비밀유지가 강하다. 중재는 일반적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않고 방청을 허용하지 않으며 보도되지 않고 중재재결도 공표되지 않는다. 이는 당사자의 상업기밀 보호에 유리하며, 특히 특허재결, 독점기술 양도분쟁 시에 중재는 더욱 당사자의 비밀보호 요구에 적당하다.

물론 중재판정의 집행도 반드시 피집행인 주소지나 재산소재지의 인민법원을 거쳐야 하기에 중재에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이 안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인민법원은 일반적으로 중재 판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재판정의 집행이 직접 법원소송을 통한 집행보다는 비교적 원활하게 집행되고 있다. 그리고 실무상 외국인투자관련분쟁은 소송보다 중재를 통한 경우가 외국인측에 유리하게 해결되어 왔다.

따라서 외국인 입장에서 투자계약서에 “분쟁 발생시에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라는 식의 문구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다. 반드시 협상, 조정 또는 중재를 통한 분쟁해결방법을 채택하되 이를 투자계약서에 분명하게 기재하여야 한다.

분쟁 해결기관을 법원 대신에 중재기관으로 하되 반드시 중재기관의 명칭을 특정하여 명시해야 한다. 중재기관의 명칭을 명시하지 않으면 상대방 기업(개인)의 주소지 법원에서 소송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중재기관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중재조항이 사실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결국 소송을 통해 진행될 수 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본 계약의 집행 또는 본 계약과 관련되는 일체의 분쟁은 우호적인 협상을 통하여 해결하며 협상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000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다”고 기재하여야 한다. 그 중재는 최종적이고 쌍방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다.

그리고 중재위원회의 중재 재결(판결)은 종국적, 최종 판결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중재위원회의 중재 재결에 불복하여 이를 인민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없다.

“만약 어느 일방이 중재 재결의 결과에 불복할 때에는 중국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는 식의 중재조항은 중재재결의 종국성에 위반돼 무효다.

중재기구의 선택은 세계적으로 공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중국의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CIETAC)'도 믿을 만하다. 우리나라의 ‘대한상사중재원’도 더 좋다. 둘 중 하나 택일하면 된다. 반드시 1개의 중재위원회를 특정하여 명기해야 한다. 분쟁 발생시 복수의 중재기관에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는 조항은 어느 중재위원회에도 중재를 신청할 방법이 없으므로 무효화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눈 위의 또 서리가 덮인다, 즉 어려운 일이 겹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 사업 실패가 눈이라면 소송은 서리와 같다. 눈(실패)이야 쓸면 되고 녹으면 그만이지만 서리(소송)는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황폐화시켜버린다.

설상가상, 눈(실패) 위에 또 서리(소송)가 덮이면 살풍경한 죽음이다. 그러나 ‘설상가설(雪上加雪)’ 눈 위에 또 눈이 덮이면 천상의 아름다움이다. 실패 위에 또 실패가 덮이면 더욱 용기가 솟는다. 불타는 열정과 악착같은 승부근성의 유전자를 타고난 한국 기업인이라면 더욱 더 불굴의 투지와 필승의 용기가 솟구친다. 조만간 성공의 대박이 연거푸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끝으로 로마의 위대한 법률가이자 정치가, 로마 공화정시대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M.T 키케로의 베스트 맥심을 덧붙인다.

“사람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 아마도 그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때로는 자기의 권익을 조금 손해 보는 쪽이 더 편할 뿐 아니라 어느 때는 그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석]
(1)* 사법연수원, 『중국법』 사법연수원 출판부, 2011.
(2)* ‘428’ 이나 ‘128’은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수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의 주요법은 이처럼 조문수와 핵심조문은 끝 수가 대부분 ‘8’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ex 헌법; 138개조문, 계약법; 428개 조문, 회사법; 218개 조문 등등, 헌법 제18조: 외자투자유치 장려조항, 계약법 제128조: 분쟁해결방법명시 등 등.

[참고문헌]
강효백. 『중국의 슈퍼리치』, 한길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