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채식주의자'의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에 끌려"
2016-06-15 16:31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회견 열고 이같이 밝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공동수상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국제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강렬하고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세 편의 연작 속 화자의 목소리도 각기 달라 번역 후 눈앞에서 나란히 비교되는 느낌이었다."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자이자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공동수상자인 데보라 스미스(28·영국)는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채식주의자에는 부드러움과 공포, 두 이미지가 담겨 있는데 이들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균형을 이뤘다"며 "문체 역시 통제가 잘 되어 있어 무심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작품 소감을 밝혔다.
스미스는 한국어를 배운 지 7년 만에 맨부커상을 받을 만큼 한국문학에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가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재학 시절인 2011년 이상의 '날개'와 최인훈의 '광장' 등을 주제로 쓴 논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 번역 당시 편집자들이 '소주'나 '만화' 등 한국 단어를 있는 그대로 썼던 자신에게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소주는 '코리안 보드카'로, 한국 만화는 '코리안 망가' 등으로 표현하자"고 제안을 했던 일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 국가의 문화를 다른 국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고 싶지 않아 편집자를 설득했다"며 웃었다.
안도현의 '연어'를 번역했고 배수아의 소설들을 번역하고 있는 스미스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 작품"이 자신의 번역 선택 기준이라며 "줄거리, 인물, 배경 등 고정되어 있지 않은 요소인 '문체'가 늘 관심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