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공항의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는 손…한류연구소장 한승범
2016-06-15 08:06
한류 관점에서 본 신공항 선정
서병수 부산시장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선정의 ‘보이지 않는 손’ 의혹을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란 청와대 혹은 TK(대구·경북)의 친박 정치인을 지칭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서병수 시장의 지역이기주의와 문재인 전 대표의 부산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유력 대선후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주지하다시피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이란 시장경제에서 개개의 모든 이해(利害)는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사상이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에 의해 자동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allocational efficiency)을 유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에서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전체의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을 정치인들의 음모론이 아닌 진짜 ‘보이지 않는 손’의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은행 및 관련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외래관광객 1400만명으로 인해 전 산업에 걸쳐 총 31조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하며 취업유발 인원은 54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업유발효과로는 동일 금액 휴대폰 수출(12만1000명)의 4.5배, 자동차 수출(16만7000명)의 3.3배에 해당될 만큼 관광산업의 일자리 효과가 월등하다.
관광산업은 항공사·공항 면세점부터 남대문시장 노점상·택시기사·모텔 종업원까지 부의 ‘흘러넘침(Spilt-Over)’ 현상이 극대화된다.
한국은 2017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5000만 관광대국 그리고 장기적으로 1억 관광대국은 꿈이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류’라는 탄탄한 스토리 덕분이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의 46.1%는 한국을 2회 이상 방문했다.
외국인재방문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심각한 수치이다. 그 이유는 외래관광객의 서울편식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5월 발표한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래관광객의 서울 방문 비율이 78.7%인 반면 제주(18.3%), 경기(13.3%), 부산(10.3%) 등 지방 도시는 매우 저조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2011년 기준으로 외래관광객의 도쿄 방문 비율은 60.3%에 오사카(26.1%), 교토(25.0%), 가나가와(17.8%) 등 지방 도시로 고르게 분산됐다.
한류에 매료돼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이 서울 외에는 갈 곳이 없는 반면, 일본은 도쿄 외에도 오사카 등을 방문하기에 한국과 일본의 재방문율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역으로 지방관광을 활성화 시키면 한국 관광산업은 비약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외국인관광객 입장에서 한국관광을 생각해 보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서울관광을 마치고 대구, 경주, 울산, 포항, 부산을 가고 싶어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것이다.
만약에 인천국제공항에서 내려 강원도-경상도 지역을 관광한 다음 동남권 신공항을 통해 출국한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역으로 동남권 신공항에서 도착한 뒤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국한다면? 이미 한국관광을 한 외래관광객은 강원도·영남 관광을 위해 동남권 신공항을 통해 재방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의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동남권 신공항은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용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활주로를 추가로 만들기 용이한 부산 가덕도가 적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항만과 물류의 중심지인 부산에 국제공항을 만드는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밀양으로 신공항을 선택할 경우 나중에 인천국제공항을 대체할 제2의 국제공항을 만든다고 떠들 것이 자명하다. 외래관광객 5000만 시대는 곧 도래하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경제적인 관점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확연히 ‘보이는 손(visible hands)’-안전 문제이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산으로 둘러싸인 밀양과 해안에 있는 가덕도 중 누가 더 안전한 지는 자명하다.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상황에서 땅이 안전한가, 아니면 바다가 안전한가? 국내외 항공기 조종사 390여명 설문조사에서 94.9%가 해안에 위치한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답을 정치인들이 설치면서 배(공항)가 산으로 갈 판국이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동남권 신공항 선정은 ‘보이지 않는 손(경제)’과 ‘보이는 손(안전)’에 의해 선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