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실현되면 국내서 영국계 자금 유출 우려"

2016-06-14 14:29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Brexit·브렉시트) 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과 이지선 선임연구원은 14일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으로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현재로써는 찬반이 팽팽하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성사되면 올해 3∼4월 국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영국계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은 올해 1∼4월 우리나라 주식 42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이는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2조8천억원)의 15% 수준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3∼4월에는 영국의 순매수 금액이 전체 외국인 주식 매입의 3분의 1 수준인 1조8000억원이나 된다.

강 연구위원은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높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는 우리나라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있다.

강 연구위원은 영국의 수요 위축으로 2020년까지 대영 수출이 연간 4억∼7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한국과 영국의 교역은 135억17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대영 무역흑자는 12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더 적용할 수 없으므로 영국과 별도의 FTA 협상이 필요하다.

또 브렉시트로 영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신규 투자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영 투자 가운데 금융 및 보험업 비중은 8%에 불과해 금융투자에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 주요 경제기관들은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영국 경제가 10∼15년에 걸쳐 후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역내무역 및 EU의 FTA 체결국과 교역에 다시 관세가 생기면 영국의 수출이 위축되고 수입 물가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브렉시트가 현실이 되면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