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꾼 제압하다 약식기소된 50대, 결국 '무죄'
2016-06-14 07:04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세월호 관련 서명운동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람을 제압했다가 상해 혐의로 약식기소된 50대가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항소심까지 간 끝에 결국 무죄를 인정받았다.
14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곽모씨(56)는 2014년 7월 18일 오후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에서 서명운동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해 4월 벌어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목적으로 시민들의 동의를 받으려는 서명운동이었다.
현장에 술에 취한 장모씨가 난입했다. 장씨는 여성 자원봉사자를 향해 "구원파를 돕고 있느냐", "유병언은 어디 있느냐"라고 소리치고 물을 뿌리며 행패를 부렸다.
당시는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두 달 이상 도피생활을 이어가며 그의 행방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때였다.
이를 보다 못한 곽씨가 제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곽씨와 장씨가 바닥에 넘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서로 폭행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 상해 혐의로 두 사람을 각각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장씨는 이 처분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곽씨는 인정할 수 없다며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장씨는 곽씨가 자신을 밀고 바닥에 넘어뜨려 얼굴 인중 부위에 상처를 입혔다고 주장했는데, 곽씨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 역시 곽씨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형을 다소 완화했다. 법원은 벌금을 7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이고 형 선고를 유예했다.
1심은 "장씨가 곽씨 등에게 다가와 거칠게 말하고 행동해 원인을 제공한 점과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일어났다는 것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비록 법원이 선처했지만, 곽씨는 무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곽씨는 항소했고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강태훈 부장판사)는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사실을 오인한 점이 있다"며 원심을 깨고 곽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사건 당시를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하지만, 최씨는 '상대방이 미는 힘에 함께 쓰러졌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목격자의 진술도 이에 부합한다"며 "장씨 진술은 믿기 어렵고, 최씨가 고의로 장씨를 밀어 넘어뜨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장씨가 난동을 피우는 상황에서 설령 몸싸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소극적인 저항행위 또는 방어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