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 어차피 부담은 소비자?

2016-06-13 13:33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인 지원금 상한제 폐지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실무근이라 부인하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금 상한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히면서 상한제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상한제 폐지가 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동통신사 인당 지원금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법안 개정으로 이통사 마케팅비 경쟁이 유도되면 되레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10일 지원금 상한제 개선방안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그 필요성 및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방통위원회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현행 단통법은 휴대폰 지원금 상한선을 25만~35만원 범위 내에서 정하고 있으며, 상한액이 33만원선에서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가 현행 고시에 포함된 상한선 범위를 폐지하고 지원금 상한을 ‘출고가 이하’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비롯한 다양한 명목 하에 규제 완화 검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어 상한선 폐지 공산이 커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다.

특히 상한선 폐지는 지난해 12월 기재부가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단통법 성과를 지난 3월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이달 말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해 화두가 됐었다.

그러나 지원금 상한선이 폐지되는 쪽으로 갈 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우선 상한선 폐지 시 내림세를 보이던 휴대폰 가격이 급등하고 요금 과소비 행태가 다시 조장될 공산이 커 정부가 통신 요금 인하 정책을 펴기가 곤란해질 수 있다.

또 이통사 인당 보조금이 오르면 선택약정 요금할인 폭(기준 할인율 20%는 지원금을 토대로 책정)이 상향 조정될 것이 자명해 무턱대고 지원금을 올리면 향후 할인율 인상 리스크까지 짊어져야 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통사가 인당 보조금을 올린다면 스스로가 나서서 요금 인하를 당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단통법의 핵심은 단말기 지원금을 상한선 아래로 설정, 신규 및 기존 고객의 차별 없이 투명하게 지원금을 공시하고 지급하는 데 있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별 금지와 공시 의무가 유지되는 이상 단통법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과거 보조금 위주의 경쟁 시장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현재도 대부분 상한선 이하의 지원금이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지원금 상한액이 33만원선이나 이통사 실제 집행금액이 인당 30만원을 넘지 않는 만큼 보조금 상한선 폐지가 이뤄지더라도 마케팅비용이 크게 증가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4월 정부는 지원금 상한을 33만원으로 10% 높였으나 이통 3사의 2분기 단말기 판매량과 마케팅비용은 오히려 전 분기 대비 각각 3.1%, 6.9% 줄었다.

게다가 알뜰폰 가입자 성장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알뜰폰의 경쟁력을 상대적 약화할 수 있는 보조금 상한선 폐지는 정책적 딜레마로 작용한다.

예컨대 고객에게 프리미엄 휴대폰을 공짜로 줬을 경우 가입자당 매출액(ARPU) 고려 시 이통사(3만5000원 수준)는 1년가량 이후로는 이득이다. 알뜰폰은 ARPU가 1만5000원 수준으로 고객이 휴대폰을 2년 이상 써야 득이므로 이통사 대비 경쟁력이 없다.

이에 단통법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비춰왔던 야당까지 상한선 폐지 반대로 입장을 바꾼 상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상한제 폐지에 대해 "공짜폰이라는 상술에 고액의 통신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칫 상한제 폐지로 이통사 이익을 늘어나고 알뜰폰 적자는 불고 소비자 후생은 더욱 저해될 수 있다. 오히려 지원금 증가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어 정책 당국의 상한제 폐지는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