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이 자랑하는 5가지 최첨단기술
2016-06-06 15:58
전파망원경, 돼지각막, 심해탐사선, 중성미자, 우주기술 등 세계 최상급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2020년까지 국가 전체의 R&D투자 비율을 GDP 대비 2.5%까지 늘리며,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에 끼치는 공헌률을 60%로 높이겠다. 기초과학의 집중적인 발전을 토대로, 중국은 2020년이면 혁신국가와 인재강국의 대열에 진입할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행한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의 경제개발계획인 13차5개년계획을 소개하며 행한 발언이다. 중국의 R&D 투자금액은 2013년 유럽을 넘어섰고, 2020년이면 미국마저 제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과학 학술논문 발표수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아직까지도 짝퉁제품과 불량상품의 이미지가 강한 중국이지만 중국은 실제 일부 과학기술분야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5가지 첨단기술을 소개해 본다.
◆지름 500m 최강 전파망원경
중국 구이저우(贵州)성 첸난(黔南)주 핑탕(平塘)현에서는 지름 500m의 세계 최대의 전파망원경인 톈옌(天眼, 영문명 FAST)가 건설중이다. FAST는 9월완공을 앞두고 있다.
FAST는 1994년부터 건설이 추진됐다. 이후 10여년동안 위성사진을 통해 FAST의 입지를 물색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위치는 움푹 패인 지대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아서 전파공해가 없다. 반경 5km내에 거주하는 주민 9000여명은 타지로 이주했다. 2011년에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됐으며, 완공후에는 중국과학원 국가전문관측센터가 운영을 맡게 된다. FAST는 4450개의 삼각형 패널로 구성된다. 현재 패널을 이어붙이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전파망원경은 우주에 있는 별 등의 천체가 방출하는 전파를 수신하는 장치이다. 전파망원경에 거대한 안테나가 필요한 것은 우주 전파신호가 그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우주에서 오는 모든 전파신호를 받아 전기로 바꿔도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구 하나를 1초 정도 켤 수 있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전파망원경은 전파를 방출하는 천체의 하나인 펄서와 아주 먼 은하들, 블랙홀, 중성수소 그리고 70㎒~3㎓의 전파를 방출하는 다른 천체들을 관측하게 된다.
현재 세계에서 단일 안테나 구경이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5m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다. FAST는 안테나의 면적이 아레시보 전파망원경보다 2배 반이나 넓다. 안테나가 클수록 먼 우주의 천체관측에 유리하다. 수신감도 역시 2.25배 높다. FAST는 향후 20~30년동안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자리를 고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돼지 각막이식 성공률 94.44%
인간의 각막을 기증받기란 결코 쉽지 않다. 때문에 시력을 잃은 환자들은 각막기증자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중국은 돼지각막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장시(江西)성에 거주하는 14세 소년이 돼지각막을 이식받아서 시력을 0.6까지 회복했다. 중국은 돼지각막 이식에 관한 임상이 진행중이며, 94.44%의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돼지각막 이식 기술은 선전(深圳)에 위치해 있는 중국재생의학국제유한회사(CRMI) 실험실이 개발했다. CRMI는 초기에는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연구했지만, 최종적으로 돼지를 선정하고, 각막공급을 위한 양돈장을 마련했다. 각막은 우리 눈에서 렌즈 역할을 한다. 얇지만 초점을 정확히 맞춰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탄력성이 필요하다. 다른 인체 조직과 달리 투명한데도 영양을 공급 받아야 한다.
CRMI는 각막을 돼지 눈에서 제거한후 탈세포 기술을 통해 돼지세포, 잡종단백질, 항체 등을 완전히 제거한다. 최종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콜라겐 구조물만 남는다. 콜라겐만 보존하면서 세포와 항원을 제거하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다. 중국의 맹인은 약 800만명으로, 세계 맹인 총수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이제껏 1년에 5000명의 환자만이 각막을 기증받았지만, 돼지각막 기술이 완성된다면 연간 수십만명이 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우주의 비밀을 풀 중성미자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끼 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中性微子, 뉴트리노). 빅뱅 직후의 우주 현상을 규명하는 열쇠로도 꼽힌다. 태양의 핵융합이나 원자로의 핵분열시 가장 많이 방출되지만, 다른 물질과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지구조차 통과하기 때문에 관측이 어렵다. 빛 다음으로 우주에 많이 존재하는 입자이지만, 인간은 전혀 느낄 수가 없지만, 중성미자는 태양이 오랜 세월 동안 안정되게 빛날 수 있도록 하고, 초신성과 같이 별이 폭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중국은 중성미자 연구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 다야만(大亞灣) 원자력발전소 인근 지하 깊은곳에 거대한 입자탐측기를 운용하고 있다. 탐측기는 중성미자를 탐측하는 기능을 한다. 다야만 연구팀은 예전보다 더 정확하게 중성미자가 다른 입자로 분화되는 가능성을 계산해 내는데 성공해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과학원의 왕이팡(王貽芳)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 소장이 '중성미자의 진동에 관한 본질적 발견과 탐색'이라는 논문 을 통해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상'을 수상해 중국의 중성미자 분야 경쟁력을 드러냈다. 중성미자의 성질을 규명해내는 게 인류에 어떤 기술적 진화와 어떠한 효익을 가져다 줄지는 현재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아틀란티스 발굴할 차이훙위
바다깊은 심해는 아직도 인류에게 미개척분야다. 지구상 가장 깊은 심해로는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가 꼽힌다. 마리아나 해구는 1960년대 미국의 해군 중위와 스위스의 엔지니어가 5시간을 잠수해 마리아나 해구에 근접했었다. 2012년에는 제임스 카메론 영화감독이 잠수기를 타고 마리아나 해구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첨단 설비를 지닌 유인 심해연구선이 마리아나 해구까지 잠수하지는 못했다.
이 분야에 중국이 도전하고 있다. 도전의 주역은 ‘차이훙위(彩虹鱼, 레인보우피시)’라고 불리는 심해잠수선이다. 차이훙위는 길이가 100m이고 실험실이 갖춰져있고, 각종 과학장비가 장착되어 있다. 차이훙위의 임무는 해양탐사, 심해연구, 해난구조, 심해유적 발굴 등이다.
차이훙위는 올해 무인 잠수정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유인잠수정 탐사활동은 2019년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인들은 벌써부터 차이훙위가 심해 1만1000m의 마리아나해구 바닥까지 잠수해 탐사해 찍은 영상을 직접 시청하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유인잠수기의 최고 잠수기록은 7062m다.
차이훙위의 모선은 장젠(張謇)호다. 잠수정 ‘장젠’호는 97m길이에 폭 17.8m로 60명이 승선할 수 있으며 첨단 실험장비와 데이터 처리, 정보집중화 장비 등을 탑재했다. 장젠은 청나라 말기의 과학자로 상하이 해양대학교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눈부신 우주기술, 화성탐사 프로젝트 가동
우주기술 개발에 있어서 중국의 발전은 눈부시다. 중국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구축하고 있으며, 유인 달 탐사선과 우주비행사들의 우주생활 우주정거장과 우주선과의 도킹 등 난이도 높은 기술들을 차례차례 성공시켰다. 이에 더해 중국은 2020년 화성 궤도에 무인우주선을 발사시키는 계획을 공표했다.
화성탐사선 발사에 가장 적정한 시간대는 26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오며 중국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면밀히 계획을 입안하고 있다. 탐사선은 화성의 토양과 환경, 대기, 물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이 계획이 성공하면 중국의 우주탐사계획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중국 국가공간기술연구원 팡즈하오(龐之浩) 연구원은 “탐사선이 화성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화성궤도까지 도달하는 데는 가장 근접 거리도 5000만㎞ 이상이기 때문에 약 9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궤도 도달까지 파워 시스템 유지는 물론 궤도 진입과 착륙기술도 난제다.
중국은 올해 '우주 굴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4월24일을 중국 국가항천일(航天日)로 선포했다. 중국은 1970년 4월 24일 최초의 인공위성인 ‘동방홍1호’를 발사하며 우주개발시대를 열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