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상봉 한성대 교수 "서별관회의로는 안 돼…콘트롤타워 중심으로 구조조정해야"

2016-06-06 10:00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방식으로는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습니다. 민간 전문가와 정부, 채권단, 업계 쪽에서 인원을 모아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이들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간 주도 방식의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사실 기업 구조조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를 것은 자르며 피를 묻힌다는 생각으로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정부 수장들 주도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의 생사 여부에 따라 전체적 경기상황에 영향을 주게 되고, 정부 입장에서는 현 정권에서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폭탄 돌리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타이밍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간 주도로 진행돼야"

김 교수는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을 △타이밍 △주체 △재원 △방식 등 4가지로 꼽았다. 구조조정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 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이다.

그는 "이번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은 이미 많이 흘러갔다"며 "지난 2013년도에 조선업이 호황일 때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시공 능력에만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계나 관리 등에는 소홀한 채 능력보다 많이 수주하고, 경영진들은 성과를 자축했다"며 "조선사들은 당시에 몸집을 불릴 것이 아니라 내실을 다지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조선사들이 속한 선박건조 등의 경기변동은 산업 평균보다 훨씬 주기가 짧고, 확장기보다는 수축기가 더 길다"며 "지금이라도 다운사이징이나 자구 노력을 통해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조조정 주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조조정의 주체는 각각의 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것은 시장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이 스스로 방향을 이끌어 가도록 해야하고, 정부는 내부의 도덕적 해이나 불법적인 문제, 타 업종이나 민간에 부담을 주는 부분들이 발생할 때마다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기업에 자금을 모두 투입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며 "기업에 돈이 투입되면 이익의 사유화가 발하기 때문에 직접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원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거제나 울산 등의 지역에서 실업은 비정규직, 하도급업체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실업급여의 방식이나 보다 많은 실업이 발생하는 경우에 고용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재원과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단기적인 효과가 있는 재정 정책을 시도하되, 직접적인 자금 투입보다는 간접적인 자금 투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는 현재 자본확충펀드와 출자가 병행되는 방식이 유력한 상태다. 자본확충펀드는 다가올 구조조정을 대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한은에서 먼저 꺼내 든 카드다.

김 교수는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을 시도한 후에 자금 투입이 더 필요한 경우에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통화정책을 무리하게 동원한다면 한국은행의 독립성도 깨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 "무리한 통폐합보다는 특징을 살리는 방식 필요"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형 조선사들은 자산매각, 인력감축, 경영효율화 등의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며 "중소 조선사들은 통폐합이나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한다는 것이 기본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각 중소 조선사들도 강점이 있고 약점이 있기 때문에, 무리한 통폐합보다는 특징을 살리는 통폐합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론과 관련해서는 "부실 책임이 있는 주체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묻고 합당한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법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며 "그 대상에는 대주주,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 등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김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국가미래연구원에서 올해 초 성장률을 예측한 바 있다"며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증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경착륙, 유가 하락, 기업 구조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경제성장률은 1.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여타 연구소들은 정부정책의 눈치를 보며 경제성장률 수치를 맞춰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