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20대 국회, 한층 꼬인 원구성…더민주, 절충안 제안에 與 ‘반발’ 국민의당 ‘여유’
2016-06-02 17:00
더민주, ‘법사위 양보안·콘클라베식 협상’ 전격 제안…靑 개입설 제기…차기 대선 겨냥 포석
與, 비공개 약속한 협상안 공개에 강력 반발 “꼼수 중 꼼수”…국민의당, 협상 속 관망 전략
與, 비공개 약속한 협상안 공개에 강력 반발 “꼼수 중 꼼수”…국민의당, 협상 속 관망 전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 문이 닫혔다. 여·야 3당이 국회의장을 비롯해 알짜 상임위원회의 배분 셈법을 둘러싸고 ‘퇴로 없는’ 게임에 돌입하자, 20대 국회가 초반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2일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양보’를 골자로 하는 절충안은 국회 원(院) 구성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이 물밑 협상의 ‘비공개 합의 원칙’을 깼다고 반발, 거대 양당 간 신뢰에 금이 갔다. 원 구성 협상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한 셈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법정시한 준수’의 원칙론을 견지하면서 사실상 관망 전략에 돌입했다.
국회 원 구성을 둘러싼 제3당의 전략은 20대 국회 초반 주도권 및 차기 대선구도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려있다. 밀리는 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의장단 선출 법정시한(7일)은커녕 첫 임시국회 회기 내에도 원 구성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건의 발단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의 초강수에서 촉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원 구성 타개책으로 ‘법사위원장 양보’ 카드를 꺼냈다. 우 원내대표는 이를 ‘중대한 결심’이라고 표현하며 “법사위(원장)를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명분으로 특정 정당의 국회 ‘운영위·예산결산특위·법사위’ 등의 알짜 상임위의 독식 방지를 들었다. 역으로 법사위원장 양보론과 운영위 등 알짜 상임위를 ‘딜’하자는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 원내대표는 법사위 양보론을 사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더민주의 두 가지 초강수에 담긴 정치적 함의다. 일단 원 구성 지연에 대한 책임론을 새누리당에 떠넘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임기 4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시작된 20대 국회 전반기 법안 가결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與 ‘격앙’, 협상공개 불사…국민의당 ‘원론적 입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19대 국회 전반기(2012년 5월 30일~2015년 1월 31일) 법안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발의 건수 1만1621건 중 753건만 가결, 6.5%에 그쳤다. 이는 대선 이후 국회가 구성됐던 17대 국회의 21.1%와 18대 국회의 13.6%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더민주 입장에서는 법사위원장보다는 국회의장직을 가져가는 게 낫다”며 “야권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세월호 특별법 등을 비롯해 지지층이 요구하는 법안 등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마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민주는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 이후 국민의당과의 협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더민주가 의장직을 맡는다면, 국민의당과 협력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법사위 양보론’에는 새누리당 책임론과 더불어 차기 대선을 겨냥한 다중 포석이 깔렸다는 얘기다. 더민주가 이날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사수론’으로 선회한 것을 거론하며 청와대 개입설까지 주장한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격앙됐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운영위와 정무위 등을 차지하기 위한 야당의 꼼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의장직 사수 선회를 ‘지렛대’ 삼아 알짜 상임위 노른자를 차지하려는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더민주는 의장직과 여당 몫인 운영위·정무위, 국민의당은 기획재정위원회를 각각 요구했다. 현행 국회법 상임위 규정 조항의 ‘건제순’(建制順) 1∼4번은 운영위·법사위·정무위·기재위다. 더민주의 ‘통 큰 양보’에는 알짜 상임위 독식이란 꼼수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은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법정기한 최후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의장을 차지하면 반대편이 법사위를 갖는 게 관례다. 더민주 입장에선 통 큰 양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틈새 파고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배 본부장은 “4·13 총선 이후 여야 3당 중 어느 당도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고 있다”며 “더민주의 절충안 제안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