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첫 지정
2016-06-02 05:25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공식 지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같은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국제금융망에 대한 접근을 더욱 힘들게 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지난 2월 18일 발효된 첫 대북제재법(H.R.757)에 따른 후속 조치다. 미국의 대북제재법은 입법 이후 180일이 지나기 전에 애국법 제311조에 따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미국 재무부는 예상보다 이보다 빠른 104일 만에 신속하게 지정했다. 이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린 것이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수빈 차관대행은 또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라면서 "다른 나라의 모든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또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자신들의 계좌 또는 다른 방법(대리계좌 등)을 이용해 국제 금융제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도 북한과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
금융거래 중단은 애국법 제311조가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에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5가지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다. 나머지 4가지는 특정 금융거래 자료 수집 및 보고, 관련 수혜자에 대한 정보 수집, 외국의 거래처 은행에 예치된 해당 국가의 계좌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이다.
미국은 그동안 미얀마와 이란, 우크라이나, 나우루 4개국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으나 지금은 미얀마와 이란만 리스트에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에 북한이 포함되면서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은 3개국이 됐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도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된다.
다만, 이번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미국 정부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제3국의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앞으로 실제 적용 정도에 따라서는 미국이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해 취한 거래 금지 조치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BDA를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은행과 BDA 간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이로 인해 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이 동결된 것은 물론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자체가 어려워짐으로써 대외 송금 및 결제가 사실상 마비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격인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날 회동에서 한목소리로 '관계복원'을 강조한 직후 미국 재무부가 북한에 대한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을 전격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북한과 중국 양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