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저축은행 과도한 대출모집 차단 나섰지만…업계 "근절 쉽지 않아"

2016-06-01 15:14

이준호 금융혁신국 선임국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소재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영업관행 쇄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 개인사업자 A씨는 저축은행 신용대출 1억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A씨의 신용도로는 1억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이에 대출모집인은 A씨에게 5개 저축은행에서 동시에 2000만원씩 대출을 받도록 알선했다. 타 금융사의 대출 정보가 실시간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악용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일 A씨의 사례처럼 ‘대출늘리기’ 등 대출모집인의 부당한 영업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영업관행 쇄신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대출모집인이 마음 먹고 불법행위를 할 경우 이를 저축은행이 인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준호 금융혁신국 선임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저축은행 절반 가량이 대출실행내역을 1시간 이내에 조회할 수 있는 '대출정보 실시간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 대출모집인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며 "저축은행들이 ‘대출정보 실시간 공유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 저축은행, 보험을 포함한 금융권역 대부분은 금융 상품을 판매할 때 모집인을 활용하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2016년 3월말 현재 1만명을 웃돈다. 그러나 일부 모집인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고객정보 불법수집 등 위법행위를 벌여 소비자의 피해가 막대하다. 

특히 저축은행 대출 모집인들의 불법 영업 행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 예가 과다채무자를 양산하는 '대출늘리기'다. 동일인에게 저축은행 이곳저곳에서 중복 대출을 받도록 알선하는 것으로 금융거래 정보가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되려면 5영업일이 걸려 대출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사실을 악용하는 식이다. 

이에 금감원은 중복대출 차단을 위해 '대출정보 실시간 공유서비스' 가입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일부 대출 모집인이 차주에게 대출금액을 늘려 준다고 하면서 더 금리가 높은 신규 대출로 전환하게 하는 '대출갈아타기'도 차단할 계획이다. 일부 저축은행이 대출금리가 높은 고객을 유치하는 대출 모집인에게 수수료를 많이 지급해 경쟁적인 불건전 영업을 촉발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모집인이 여러 건의 대출을 끌어오더라도 금액이 커야 대출이 많이 나가 보통 금액 대비 %로 수수료를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하반기 중 저축은행중앙회와 업계 공동으로 TF를 구성해 수수료 지급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이 같은 방안이 있다해도 근절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영업망이 적어 대출모집인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더욱이나 광고 규제로 인해 소비자의 접근성이 줄어 대출모집인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모집 법인은 아예 다른 회사로 저축은행이 관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출모집인들이 마음 먹고 불법 영업 행위를 하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알 방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저축은행은 점포가 적어서 향후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대리모집인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모집인들이 수수료를 더 벌려고 잘못된 행태를 벌이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집에 대한 책임의 관리 범위를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를 검토하는 등 모집인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도록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