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한중 문화교류에 청춘을 바친‘문화외교관’ -한재혁 주중 한국문화원 원장 인터뷰

2016-06-21 13:56

최근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에 부임한 한재혁 원장[사진=인민화보 장충의(張忠義) 편집장]


인민화보 왕자인(王佳音) 기자 =중국 베이징의 비즈니스 중심지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근처에는 번화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다지 소란스럽지 않은 거리가 있다. 주중 한국문화원은 바로 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올 설이 막 지날 무렵 문화원에 신임 원장이 부임했다. 인터뷰 전에 그가 중국어를 무척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시나 그의 중국어는 필자가 취재했던 한국의 어느 공무원보다도 유창했다.

그는 25년 간의 공직 생활 가운데 15년을 중국에서 보냈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다섯 개의 재직기념패 중에는 그를 따라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느라 모서리가 벗겨진 것도 있다. 기념패 하나 하나는 그가 중국과 맺은 인연과 양국의 교류사절로서 활약했던 그의 경력을 대변해 주고 있다. 기자가 만난 사람은 이번에 새로 부임한 주중 한국문화원의 한재혁 원장이다.

한자, 그리고 중국

1967년생인 한 원장의 ‘한자 사랑’은 아무래도 타고난 듯했다. 그의 설명을 듣노라면 한국의 연세 많은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한자에 대해 모종의 향수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비록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가르침이나 지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고등학교 때 한자에 푹 빠져 버렸다.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역사 자료들은 모두 한자로 기록되어 있어요. 1986년 대학 입학원서를 낼 때 우리나라의 사료가 고대 한자로 기록돼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것들을 번역해서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죠.”

이런 꿈을 품고 고려대학교 중문과에 입학했고 그는 중국어의 4성이나 가로세로 획을 공부하면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 그리고 중국 관련 모든것들에 점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다른 어떤 것보다 중국어를 제일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한국과 중국이 수교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교수진들은 타이완(臺灣)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타이완 역시 한국처럼 번체(繁體·정체)를 쓴다. 그 뒤 고려대학교는 대륙식인 중국어 간체(簡體)자 교재를 사용한 1세대 대학교 중 한 곳이 됐다.

비록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현대 중국어였지만 마음 속에는 계속해서 고대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교내 동아리에 가입해 현대 중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당시(唐詩)나 송사(宋詞)를 학우들과 함께 낭송하고 연구했다. 동아리 회장이 된 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라는 명칭이 중국어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동아리명을 ‘중국 연구’로 바꾸었다. “학우들이 더욱 다양한 각도에서 중국 문화를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붉은 수수밭(紅高粱)> 같은 영화 비디오 테이프를 힘들게 구해 함께 보고 들으며 토론했죠. 또 홍콩을 통해 현대 중국의 정치나 법률 등 각 분야의 책들을 구해 정독했습니다. 중국을 차츰 이해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중국과의 인연도 점점 깊어졌지요.”

그는 1992년 2월부터 사무관 시험을 통과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몇달 되지 않은 8월, 역사적인 중한 수교가 이뤄졌다. 당시 9월로 예정된 노태우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한 원장은 ‘선발대’ 중 한 명으로 중국을 방문하게 됐다.

“그때가 첫 중국 방문이었습니다. 중국어 억양이 달라 한 마디만 해도 택시기사가 금세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죠.”
“어디 사람이세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 남조선요?”

한 원장은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택시기사와 대화를 나눈 경험을 떠올렸다.“그때 중국 사람들은 마치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들어본 것 같은 반응이었어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한중관광의 해를 맞이해 주중한국문화원에서 경축행사가 펼쳐졌다. 사진은 행사에 참여한 출연자 모습[사진=주중한국문화원 제공]


‘초심’만은 그대로

1995년 8월, 한 원장은 주중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의 문화공보관으로 처음으로 중국에 정식 파견됐다.

“지금은 한국문화원이 베이징 광화루(光華路)의 4층짜리 건물이지만, 당시에문화홍보원은 1 층짜리 건물내 작은 공간이었어요.” 한 원장이 첫 근무 4년을 지내는 동안 베이징 셰허(協和)병원에서 첫 아이가 태어났다. “며칠 전 셰허병원에 찾아가 봤는데, 그때 제 아들을 받았던 의사분 이름이 진료의사 게시판에 걸려 있더군요. 언제 한번 그 의사선생님을 정식으로 찾아 뵐려고 합니다.”

2002년, 한 원장은 두 번째로 중국 임기를 시작했다. 역시 한국문화원의 문화공보관 신분이었다. 2006년 2월에 한 원장은 베이징에서 곧바로 상하이로 파견되어 총영사관 문화공보관 생활을 했다. 그후 홍콩총영사관에서도 근무했다.

베이징을 떠난지 10년이 지나 다시 올해 2월, 한 원장은 한국문화원 원장으로서 또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걸 인연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베이징을 떠날 때도 2월이었어요. 한국문화원이 막 베이징에 자리를 잡았을 때 어떻게 운영을 해야할지 몰라 다른 나라 문화원들을 찾아 자문을 구했었죠. 그때 일본문화원장이 자신은 이번이 네번째 중국 근무라고 해서 제가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제가 어느새 다섯 번째 근무가 됐으니 그때 일본문화원장보다 한 번이 더 많게 됐네요.”

인터뷰를 할 때 한 원장은 이미 부임한 지 한 달도 더 지난 상태였지만 주말을 거의 한번도 온전히 쉬었던 적이 없다. “공연이나 전시회가 대부분 주말에 이루어지는 데다 문화원 수업도 주말에 진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원장은 중국인들이 한국 문화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주고,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를 체험하면서 즐거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때가 그가 고생하고 희생한 모든 것이 행복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일 것이다.

<중국>: 주중한국문화원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문화 활동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한재혁 원장: 주중한국문화원은 베이징 시내 중심가인 광화루에 위치해 있으며 평소 많은 중국인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발전했습니다. 문화원은 한국어강좌, 영화상영회, 한국문화강좌 등을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한중 미술전시회, 중소형 한국문화 공연행사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문화원 내에서 벌어지는 활동 중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 강좌, 한국요리 강습이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수강생들은 가야금과 장구를 함께 배우고, 민요를 따라 부르며, 김치 만들기와 파전 부치기 등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끼리 참여하기도 합니다.
 

주중한국문화원이 개설한 한국 요리강좌는 중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주중한국문화원 제공]


최근 몇년간 중-한 관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양국 간 문화교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와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최근들어 상호간 문화공유 경향이 보다 범위도 확대되고 깊이도 심화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에서는 K-pop,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 외에도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한식, 특히 김치나 삼계탕, 우유, 만두, 과일 등 여러 농수산물과 식품들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한국산 쌀이 처음으로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한국산 전자제품, 화장품, 패션의 영향력도 큽니다. 한국 관광지와 문화의 매력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제 양국 국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 단계가 된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내에서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시청자의 90% 정도가 컴퓨터가 아닌 모바일로 시청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 관광 트렌드도 변하고 있습니다. 단체 관광보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면서 개별관광객들의 비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좋아하는 지역이나 숙박, 음식 등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지요. 문화원 입장에서는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맞추어 중국내 한국문화 애호가들의 수요에 맞는 사업과 행사를 해 나가고자 합니다.

한국문화원은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대표적 기관입니다. 올해에는 중-한 문화교류를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최근 발표된 2016년 한중 인문교류공동위의 한중 교류 항목에는 69개의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한 내용의 협력 프로그램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관광의 해, 학술 토론회, 청소년 상호 방문, 음악과 무용 등 공연, 문화재 및 사진 전시, 중국어와 한국어 말하기 대회, 스포츠 교류 등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주중 문화원은 이와 관련해서 문화 부문의 교류를 적극 지원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울러 문화원 주관으로 구이저우(貴州)성, 둔황(敦煌)시와 협력하여 실크로드 한중연 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칭하이(靑海)성 우호주간 문화행사도 여는 등 중국 지역별로 다양하게 한국문화 소개 행사를 직접 개최해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문화원이 한중 문화산업 교류에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설 개편도 하고, 기존 한국어 강좌나 문화 강좌도 보다 다양하게 편성하며,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한국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플랫폼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올해는 한중수교 24년, 내년이면 수교 25주년을 맞습니다. 이제 양국 관계가 혈기왕성한 청년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에 맞게 양국간 문화교류도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한류문화의 영향력 확대로 한류가 중국인들의 의식주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보십니까?

수교 직후인 1993년, 현 한국문화원의 전신인 한국 문화홍보원이 베이징에 처음 개설된 이래 한국어 강좌는 인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 역시 1995년 문화홍보원에 첫 강좌가 개설됐을 때 직접 강의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당시 5살 어린이부터 80세 할아버지까지 참여하여 4~5개 반을 운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13개 한국어반에 무용, 요리, 수공예 등 문화강좌까지 총18개 과정이 있고 700여 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수강신청 날에는 인터넷이 다운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습니다. 평소 한중문화 강연 등을 통해 중국 학생들이나 중국의 다양한 문화 예술계 인사를 만나보면 저보다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한국 문화를 아끼고 사랑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 소개와 한중 문화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저로서는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최근 한국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중국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먼저 송중기, 송혜교 등 출연진들의 연기가 뛰어났고 각본이나 촬영, 주제곡까지 한번 보면 계속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저 역시 중국 인터넷을 통해 매회 빠지지 않고 보았습니다. 중국 관객들도 이런 여러가지 요소에 매료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중국 동시방영 계획 하에 사전 제작방식으로 제작되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중국어 자막을 제대로 번역 제작하여 대사 하나 하나까지 중국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한 것도 인기 비결의 하나라고 봅니다.

또한 한국 드라마가 효도, 가족간의 정, 친구들간의 우정과 의리 등을 주로 담고있어 매우 비슷한 문화정서를 갖고있는 중국 시청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중한 양국 교류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리라고 보십니까? 개선하고 강화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외교사에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른 관계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이는 수천년간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유사한 문화와 사상, 풍습을 공유한 것과 떼어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치 안보 문제나 경제 분야에 있어서 양국은 현재 서로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관계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양국관계는 보다 더 심화 발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가간 관계도 사람 관계와 마찬가지로 좀 어렵고 불편한 시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개별적으로는 감정을 상하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특히 양국 관광객들이 상대국 방문시 현지 실정을 잘 모른다 해서 바가지를 씌우거나 옷차림이 좀 다르다 하여 무시하는 등의 일부의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중한 양국은 많은 분야에서 공동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문화교류 및 협력에서 이러한 가치들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중국을 방문하여 ‘새로운 20년을 여는 한중 신뢰의 여정’이란 제목으로 칭화(淸華)대학에서 유창한 중국어로 연설을 하셨습니다. 이 연설에는 한중간 문화교류 협력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매우 의미있는 내용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뿌리깊은 문화적 자산과 역량이 한국에서는 ‘한풍(漢風)’,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새로운 문화적 교류로 양국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아름다운 문화의 꽃을 더 활짝 피워서 인류에게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한국의 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릅니다. 그리고 서해 바다에서 만나 하나가 됩니다. 지금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지도 아래 ‘중국의 꿈(中國夢)’을 향해 힘차게 전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민 행복시대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한반도라는 ‘한국의 꿈(韓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국민 행복, 인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함께 전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나라의 강물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듯이 중국의 꿈(中國夢)과 한국의 꿈(韓國夢)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꿈과 중국의 꿈이 함께 한다면 새로운 동북아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함께 꾸는 꿈은 아름답고, 한국과 중국이 함께하는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 본 기사는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