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명거래 미뤄지더니 … 밴사 주머니만 두둑

2016-05-25 14:45

 

아주경제 전운·한지연 기자 = 높은 밴수수료 관행을 없애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밴 수수료 절감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의 추가적인 인하 여력을 찾고, 지난 2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사들이 이를 빌미로 고객 서비스와 혜택을 줄이는 것을 막고자 했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가맹점을 대상으로 하는 리베이트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밴사들의 실적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연간 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리베이트 비용이 절감되면서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나이스정보통신과 한국정보통신, 케이에스넷 등 대형 밴사 4곳의 지난해 영업이익 총합은 1161억원으로 849억원이었던 지난해보다 36.7% 성장했다. 밴리베이트 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지난 1분기에도 폭풍성장을 이어갔다.

나이스정보통신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08억원으로 전년동기(51억원)보다 111.7% 늘었고, 같은 기간 한국정보통신 영업이익도 61억원에서 107억원으로 59.7% 성장했다. 케이에스넷과 스마트로 등 대형 밴사도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63억원, 2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0.4%, 80.4%씩 성장했다.

이렇게 대형 밴사들의 수익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리베이트를 금지시킨 것과 함께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건을 만들기 위해 카드 결제 1건당 120원 가량하는 밴수수료를 인하 하려고 정책을 펼쳤다.

밴리베이트를 금지시켜 밴사들의 지출을 줄이고, 이를 통해 5만원 이하 무서명거래를 확대해 밴대리점의 손실을 카드사와 밴사가 공동으로 충당시키려는 계획이었다. 카드업계도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밴수수료 중 전표수거비(결제 1건당 약 37원)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연초 시행하려고 했던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가 밴사들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밴업계는 무서명거래로 인한 밴대리점의 손실 보전 비율(카드사 50%, 밴사 35%, 밴대리점 15%)이 너무 높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서명거래가 미뤄지면서 카드사들은 계속해 전표수수료(밴대리점의 수익)를 지출해 수익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리베이트 금지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밴사들만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카드사들의 올 1분기 당기 순이익은 1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무서명 거래를 위해선 카드단말기를 가맹점에 제공하는 밴사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협상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결과적으로 예정된 날짜를 맞추지 못했다"며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밴 수수료 절감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의 추가적인 인하 여력을 찾고,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사들이 이를 빌미로 고객 서비스와 혜택을 줄이는 것을 막고자 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