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구조조정 삼국지]금융권 동원 압박하는 중국, 엔저로 실탄 실어준 일본
2016-05-24 16:52
③ ‘한국판’ 양적완화 성공할까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중국과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통제에 가까운 관리에 의해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중·일 양국 정부의 전략은 사뭇 다른 모습을 띈다.
◆중국, ‘정부가격신호’가 생산과잉 초래
중국야금보는 최근 “철강, 석탄 산업 구조조정에서 벌어진 인력 구조조정과 부채 처리, 기업 인수합병 등 복잡한 문제는 ‘또 다시’ 산업 각 분야에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또 다시’란 것은 1990년대 말 방직업 과잉 설비 축소 과정과 국유기업의 3년 곤경 탈출 상황과 현 상황이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체제성 생산능력 과잉의 주된 방식은 정부가 각종 수단을 통해 시장가격을 왜곡하고 시장가격을 대체하는 독특한 ‘정부가격신호’를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격신호’는 정부가 산업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장악하고 있는 각종 생산요소의 가격 결정권과 기타 경제 자원 지배권으로 특정 사업과 특정 기업 투자 가격, 중요한 요소 가격을 낮춰 관련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대폭 낮춰 형성한 가격이다.
문제는 생산능력 과잉 누적이 사회 문제가 될 때마다 중국 정부는 해소 방식으로 또 다른 생산능력을 자극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단기간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일부 지방에서 환경보호, 품질, 에너지 소모 등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낮추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생산능력 과잉 해소 작업은 정부의 표준을 맞춰야 하고 심지어 표준이 높아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정부가 은행에게 기업대출을 장려하거나 강제했으나 현재는 대출을 곧바로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정부가 저가, 거의 공짜로 토지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토지 제공조차 거부한다.
신문은 “생산능력 과잉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이고 과도한 통제 대신 핵심 사안에 대한 거시 조정, 시장 감독, 공공 서비스와 사회관리 측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주도하지만 방향은 기업이 정해”
일본 정부는 1990년대 획일적인 구조조정 조치로 세계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어주며 스스로 경쟁력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일본은 여전히 정부가 주도를 하되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을 스스로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6일 발표한 ‘일본의 장기침체기 특성과 정책대응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정부가 지역 전략거점을 활용한 국가전략특구 지정과 제조업 경쟁력 제고 정책, 산업 구조조정 등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2014년 도쿄, 오사카, 아이치현 등 주요 도시 각각의 전략 산업을 선정하고 금융지원, 규제개혁, 세제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국가전략 특구 정책을 도입했다.
아울러 1990년대 중반 이후 약해진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 내·산업 간 사업재편, 신시장 창출, 차세대자동차·항공기·우주·로봇·신소재 등 미래 유망업종 발굴, 규제 개혁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엔저를 유지해 일본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주는 한편, 정부가 주도해 조성한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를 통해 구조조정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베 정부가 핵심 성장전략으로 추진 중인 국가전략특구의 경우 과거에도 명칭만 달랐을 뿐 존재했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범정부차원에서 체계적이고 강력히 추진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과잉투자 산업 재편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산업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