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차이잉원 총통. 첫째도 경제, 둘째도 셋째도 경제
2016-05-23 09:53
12%대의 청년실업률에 신입사원초봉 80만원, 암울한 성장률에 기업경쟁력 약화
수출축소 내수침체 진퇴양난에 신성장동력 보이지 않는 잿빛 경제
수출축소 내수침체 진퇴양난에 신성장동력 보이지 않는 잿빛 경제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8년간 집권했던 대만 국민당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 ) 때문이다. 8년전 취임초기 8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았고 재선에도 성공했던 마잉주 총리가 8%의 초라하디 초라한 지지율로 퇴장하는 것은 ( ) 때문이다. 대만내 ( )이 없었다면 현지 젊은층들의 반중정서가 이렇게 거세지도, 대만독립에 대한 목소리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년동안 중국의 갖은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대선에서 국민당이 참패한 것은 ( ) 때문이다. 야당이었던 민진당이 1월 총통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국민당 집정기 심화된 ( ) 때문이다. 지난 20일 총통에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맞닥뜨린 현실은 엄혹한 ( ) 이다. 차이잉원 총통체제의 순항 여부는 ( )을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차이잉원 총통이 ( ) 해소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정치비전인 ‘대만독립’도 추진되기 어렵다.
괄호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 바로 '경제난'이다. 지난 20일 취임한 차이잉원 신임 대만 총통이 맞닥뜨린 가장 큰 난제 역시 바로 '대만의 경제난'이다.
◆12%에 달하는 청년실업률
대만의 전체 실업률은 4%대다. 하지만 20대 청년 실업률은 12%에 육박한다.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 ▲대졸자들의 3D업종 기피 ▲산업경쟁력의 전반적인 저하와 고용수요 감소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대체 등이 그 요인. 절대적인 직업수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률은 2009년 이후 올 1분기까지 1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은 2010년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체결로 그해 10.72%의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거두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고용없는 성장'이었으며 청년실업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ECFA 후속조치로 중국과 대만은 2013년 6월 양안서비스무역협정이 체결했다.
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분노한 젊은층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취업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대만의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였다. 2014년 3월 대학생들은 20일동안 입법원(국회) 점거 사태(해바라기 운동)를 벌였다. 집권 국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성난 대만 젊은층들은 중국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됐으며, 차이잉원에 몰표를 안겼다.
◆중국보다도 낮은 월급
"가장 중요하고, 내가 특별히 강조해야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저임금 현실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모든 젊은이의 봉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신정부가 즉시 행동에 착수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쏟아낸 발언이다. 대만의 대졸자들은 법정 최저임금(2만8 대만달러, 한화 약 73만원)보다 조금 높은 2만2000대만달러(80만원)를 평균 초임으로 받는다. 때문에 대만의 젊은층들은 '22K세대'로도 불린다.
지난해 한 대만신문은 "한국의 대졸자 초봉은 7만4000 대만 달러(약 268만원)로 대만 대졸자의 2.78배"라는 기사를 내보내 대만 젊은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게다가 2015년 중국 블루칼라 취업 빅데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블루칼라의 월평균 임금이 4500위안(약 2만2500 대만달러)로 대만의 법정최저임금보다 12.5% 많은 것으로 알려지며 대만인들을 상실감에 빠뜨렸다.
양안간의 경제협력으로 자본가들의 부는 쌓여가는데, 청년층들의 월급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 중국의 급여가 대만의 급여에 육박해가고 있는 상황. 차이잉원 총통은 이 같은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저성장, 암울한 전망들
지난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0.75%를 기록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57%를 기록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5%대로 예상되고 있지만, 린취안(林全) 행정원장 내정자는 올 GDP 성장률 1%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0.84%로 아시아 4마리 용(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적을 냈다. 대만의 GDP는 지난해 3분기 0.80%, 4분기 0.52% 감소하며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블룸버그는 대만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55%로 산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30%P 이상 급증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대만을 경기침체국가로 분류했다. 암울한 경제전망은 심리와 소비를 위축시킨다. 차이 총통은 경제희망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바닥 떨어진 산업경쟁력
대만은 OEM을 기반으로 한 수출에 기대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 2002년 양안간 직접무역이 개방된 후 대만의 제조업들은 인건비절감을 위해 생산설비를 대거 중국으로 이전했다. 핵심부품은 대만에서 제조해 중국으로 수출했으며,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 대만의 대외투자 중 81%가 대중국투자였다.
하지만 중국이 핵심부품들을 싼 가격에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수익모델은 한계에 부딪혔다. 대만의 주요 수출품목이었던 핸드폰, PC, LCD, 석유화학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급속히 신장하면서 대만기업들이 갈 곳을 잃기 시작했다. 상황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했지만, 대만 기업들은 투자를 주저했고, 대만 정부는 기업들을 독려하는데 실패했다.
2011년 대만의 1등 브랜드였던 HTC는 브랜드가치가 2011년 36억달러에서 지난해 4억달러로 급감했다. PC브랜드인 에이서(Acer) 역시 같은기간 동안 브랜드가치가 19억달러에서 17억달러로 떨어졌다. 대만의 20대 기업 브랜드가치는 2011년 131억달러에서 지난해 90억달러로 46% 급감했다. 차이 총통은 대대적인 기업의 R&D투자 지원책을 들고 나올 것이다.
◆대중국 수출감소 명약관화
현재 대만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6%에 이르며 중국행 물량이 대부분인 대(對) 홍콩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40%로 치솟는다. 하지만 주력 대중수출품인 전자부품의 경우 중국 로컬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수출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대만의 수출은 지난 10개월간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대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방식을 내수주도형으로 바꾸고 있으나 인구가 2천300만 명으로 많지 않아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대만 방문도 감소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36만3천878명으로 전월보다 10%가량 줄었고 중국의 단체관광 축소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부진에 내수축소, 대만은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차이잉원 경제혁신 성공할까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차이잉원 총통의 경제정책은 ▲증세와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 ▲신산업 육성 ▲중국의존도 감소 위한 남향정책 등에 맞춰져있다.
우선 증여세와 상속세를 현해 10%에서 20%로 높여 재원을 마련한 후, 공공임대주택 20만가구 건설 등 경기부양 정책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한 소비심리를 자극과 내수경기 활성화가 차이 총통의 초반 목표다.
또한 정부가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녹색에너지 ▲첨단(사물인터넷 등) ▲스마트 정밀기계 ▲바이오테크 ▲방위 등 5대 신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주도 TPP가입을 추진중이며, 아세안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을 대상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의존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일본과의 FTA도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과의 경협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차이 총통의 경제살리기 작업이 순항한다면 그가 추구하는 대만독립이 탄력을 받게 된다. 반면 지지부진한 경제상황을 타개해내지 못한다면 대만 국민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급변한 채, 대만독립에 대한 여론지지 역시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 관장은 “차이잉원 총통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혁신정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차이 지도부의 경제운용 성과에 따라 그의 정치력이 배가될수도, 감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