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 감독부터 자비에 돌란까지…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이모저모

2016-05-23 09:51

[사진=영화 '아가씨', '단지, 세상의 끝' 포스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말도 많고 말도 많았던 화려한 축제.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가 폐막했다. 다수의 한국영화가 경쟁·비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언론에 혹평을 얻었던 자비에 돌란이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켄 로치의 은퇴작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영화팬들을 들었다 놨다 하게 만들었던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를 돌아봤다.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왼쪽), '곡성'의 나홍진 감독[사진=유대길 기자]


◆ 韓영화의 아쉬운 수상 불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 만의 쾌거였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비경쟁,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이름을 올렸다.

또 박영주 감독의 ‘1킬로그램’과 윤재호 감독의 ‘히치하이커’가 각각 시네파운데이션과 감독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모두 수상이 불발됐고 이에 따른 아쉬움도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냥 아쉬워할 수 없는 건 한국영화가 거둔 성과 덕이다.

해외 언론들은 ‘아가씨’, ‘부산행’, ‘곡성’, ‘1킬로그램’ 등 다수의 한국작품을 접한 뒤 호평을 보내며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아가씨’ 같은 경우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칸영화제 기간 중 총 176개국에 팔려나가며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국가에 수출된 영화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부산행’과 ‘곡성’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역대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곡성’의 경우에는 “올해의 영화”(평론사 뱅상 말로자)라는 평을 얻었다. 제롬 베르믈렝 기자(메트로뉴스)는 “곡성이 경쟁 부문에 가지 않은 이유가 설명돼야 한다. 악마에 홀린 듯한 멋진 영화”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켄 로치 감독[사진=연합뉴스 AP]


◆ 켄 로치 감독, 이토록 화려한 은퇴

딱 10년 만이다. 앞서 켄 로치 감독은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제 5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어 10년 만에 다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그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또 한 번 칸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은퇴작으로 알려진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목수로 일하던 다니엘 블레이크와 싱글맘 케이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국의 관료주의와 국가 복지, 의료 문제 등을 비판해 큰 화제를 모았었다.

켄 로치 감독은 수상 직후 “우리는 희망의 말을 전해야 한다.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얘기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위험에 직면했다”며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재앙으로 몰았고, 그로 인해 우리는 긴축재정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는 수상 소감을 더해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기도 했다.

켄 로치 감독은 지난 2014년 제6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지미스 홀’ 이후 은퇴를 선언했었다. 이를 번복하고 내놓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수상의 영예를 낳은 가운데 그가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을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크다.

'단지, 세상의 끝' 자비에 돌란 감독[사진=영화 '아이킬드 마더' 스틸컷]


◆ 자비에 돌란, 진정한 칸의 총아

그야말로 진정한 칸의 총아다.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이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에큐메니컬상을 받았다. 그의 수상에는 유난히 잡음이 많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혹평을 받아왔던 작품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은 불치병에 걸려 가족을 떠나 전 세계를 떠돌던 작가가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왔던 자비에 돌란은 이번 작품에서도 가족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자비에 돌란의 신작 ‘단지, 세상의 끝’은 스크린 평점 1.4점, 르 필름 프랑세즈 2.1점으로 저조한 평점과 혹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2등 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자 프레스센터에서 각국의 기자들이 야유를 보냈다는 후문이 따르기도 했다.

앞서 자비에 돌란은 ‘하트비트’로 63회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2년 뒤 ‘로렌스 애니웨이’로 같은 부문에 초정을 받았다. 또 다섯 번째 연출작 ‘마미’로 심사위원상을 얻으며 최연소 심사위원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다.

한편 제69회 칸국제영화제는 지난 11일 개막해 22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다음은 수상자(작) 명단이다.

황금종려상=‘나, 다니엘 블레이크’(감독 켄 로치)
심사위원 대상=‘단지 세상의 끝’(감독 자비에 돌란)
감독상=올리비에 아사야스(퍼스널 쇼퍼), 크리스티안 문쥬(그레듀에이션)
각본상=아쉬가르 파라디(세일즈맨)
여우주연상=재클린 호세(마 로사)
남우주연상=샤하브 호세이니(세일즈맨)
심사위원상=‘아메리칸 허니’(감독 안드리아 아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