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스'·'비긴 어게인'에 없던 미숙, '싱 스트리트'
2016-05-19 15:05
‘비긴 어게인’을 통해 대도시 뉴욕을 음악적 영감이 가득 찬 골목으로 탈바꿈시켰던 존 카니 감독이 이번에는 삭막했던 1980년 아일랜드 더블린을 ‘싱 스트리트’로 만들었다.
아일랜드에서는 사라져버린 희망을 찾기 위해 청년들이 앞다퉈 영국으로 떠나던 시기, 이 거대한 국가 경제 위기의 여파는 열다섯 살의 작은 소년 코너(페리다 월시 필로)에게까지 닿았다.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빈민가 학교로 전학을 간 코너에게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게이처럼 춤춰보라”고 괴롭히는 일진과 “학교 규정인 검은 구두를 가난해서 살 수 없다면 맨발로 다니라”고 강요하는 선생님을 피해 집으로 가면 음악 소리로도 덮을 수 없는 괴성을 내며 싸우는 부모와 약에 취한 형, 제 살길 바쁜 누나뿐이다. 그런 코너에게 하굣길에 만난 모델 지망생 라피나(루시 보인턴)는 숨구멍이다. 그녀의 눈길을 잡기 위해 코너는 한껏 거들먹거리며 허세를 부린다. “난 밴드 보컬이야. 우리 밴드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지 않을래?” 자, 그녀가 O.K를 했으니, 이제 밴드만 만들면 된다.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전을 치르는 남자 주인공 페리다 월시 필로를 필두로한 신예들의 연기는 첫사랑처럼 생경하고 풋풋하다. “사랑이란 그런 거야. ‘행복한 슬픔’ 같은 거···”라며 다 자란 체하는 미숙이 귀여워 자꾸 이죽거리게 된다. 시궁창에 빠진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원스’나 ‘비긴 어게인’을 보면서는 느낄 수 없던 감정이다.
오합지졸의 밴드 ‘싱 스트리트’는 변덕이 죽 끓듯해서 디스코, 록, 발라드…80년대를 주름잡았던 장르 사이를 갈팡질팡한다. 듣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존 카니의 전작과 비교하면 십 대의 펄떡거리는 싱그러움과 종잡을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 찬 것들이라 잔잔한 멜로디로 전하는 깊은 여운에 열광했던 기존 팬들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