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악2구역 조합, 박원순 시장 철거 중단은 "명백한 월권행위"

2016-05-19 18:13
조합, "철거 명도 집행 법원 결정 따른 것"...시, "충분한 협의 통해 진행해달라"

지난 17일 진행된 무악제2구역(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정비 철거 공사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중단되면서 일대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사진=백현철 기자]

 
아주경제 백현철 기자 = 무악제2구역(옥바라지 골목) 주택재개발 철거 사업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일제 강점기 서대문 형무소에 독립 운동가들이 수감되자 가족들이 면회를 기다리며 정착한 곳으로 알려진 종로구 무악동 46번지 일대를 말한다.

지난 17일 박원순 시장이 옥바라지 골목 철거 현장을 방문하면서 철거 공사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19일 종로구에 따르면 서울시의 요청으로 철거 공사는 잠시 중단됐다.

무악2구역 조합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온 만큼 박 시장의 개입이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주장한다. 무악2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미 법원에서 명도 집행 결정이 내려와 공식적으로 철거를 진행한 것”이라며 “갑자기 서울 시장이 찾아와 중단시키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앞서 무악2구역 조합은 미이주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다. 주민에게 11일까지 자진 퇴거하라고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강제 집행에 나선 것이다. 무악2구역의 총 조합원은 세입자 포함 335가구다. 현재 구본장 여관을 포함한 2가구가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악제2구역(옥바라지 골목) 재개발정비 사업장이 안전 펜스로 가려져 있다. [사진=백현철 기자]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18일 만나 입장에 대해 논의했으나 양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장은 협의가 충분히 안됐으니 철거를 중단하고 주민 요구 사항에 대해 협의를 더 해보라고 요청했다”며 “재건축 철거에 앞서 적어도 5번의 사전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돼 있는데 무악2구역은 아직 3번의 협의체 운영 밖에 안했기 때문에 이 룰을 지키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협의는 지난 2009년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를 재현하기 않기 위해 2013년 2월 발표한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대책'에 따른 것이다.

조합은 공사 중단으로 금전적인 피해도 크다고 말한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 중단으로 한 달에 부담하는 이자 비용에 2억원에 달한다”면서 “대부분 조합원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조합원 몫으로 돌아 온다”고 주장했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은 조속한 협의를 위해 조합과 미이주 주민 간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조합과 주민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이 있었다”면서 “양측이 의견을 나누고 조속하게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