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19대 국회 내내 ‘정쟁’ 일삼고 ‘국회 특권’ 움켜졌다…‘식물 국회’ 오명

2016-05-17 16:35

19대(2012년∼2016년) 국회의 상임위원회별 법안 가결률 조사에서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하위에 꼽힌 것은 ‘일하지 않은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19대(2012년∼2016년) 국회의 상임위원회별 법안 가결률 조사에서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하위에 꼽힌 것은 ‘일하지 않은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1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19대 국회의 상임위별 법안 가결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위(9.37%)가 가장 낮은 가결률을 기록한 가운데, 운영위(12.84%), 교문위(26.74%), 법사위(28.35%) 등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 한몫했다.

◆국회, 갈등조정 상실…‘셀프 개혁’ 미온

정보위는 국가 정보에 관한 국회의 의사결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상임위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대표적인 피감기관이다. 19대 국회 때 정치적 변곡점마다 여권이 직권상정을 촉구했던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논란과 맞물려 한국 사회의 극심한 갈등을 불렀다.

현재 정보위에는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 법안’(이병석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와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노근 새누리당) 등 10여 건의 안보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야권은 이를 ‘국민 사찰법’으로 규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을 둘러싸고도 극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개인 정보와 위치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진영논리를 일삼은 국회는 정작 국회의원의 특권과 맞물린 법안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 국회 특권 내려놓기 일환으로 발의된 ‘불체포 특권’ 등은 현재 국회 운영위에 20여건이 계류 중이다. 이 중에는 국회 윤리심사위의 심사 강화 및 국회의원 제 식구 감싸기 금지, 국회의원의 항공 등의 무상이용 폐기, 의원의 영리 겸직 등의 법안이 포함됐다.
 

국회 본청. 본지가 17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19대 국회의 상임위별 법안 가결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위(9.37%)가 가장 낮은 가결률을 기록한 가운데, 운영위(12.84%), 교문위(26.74%), 법사위(28.35%) 등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 한몫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민생경제 관련 정무위·기재위도 과반 미달

특권 내려놓기 외면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더민주는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당 산하 정치혁신실천위원회에서 체포동의 요청안이 72시간 내 표결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이후 처음으로 개회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김기식 의원)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소속 의원 158명 중 138명이 서명했다.

당시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이날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 법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4·13 총선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은 김용태 혁신위원장을 앞세워 △불체포 특권 포기 △출판기념회 금지 입법화 △원 구성 실패 시 세비 지급 금지 등의 혁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를 코앞에 둔 현재까지 법안 통과는 ‘깜깜무소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운영위의 통과 법률 중 대정부에 대한 지배력 강화 법안은 운영위 전체 가결률의 배를 웃도는 27%(28개 법안 중 6개 통과)를 기록한 점이다. 이른바 ‘유승민 사태’에서 불거진 국회법 파동 이후 국회가 특권 포기는 하지 않은 채 대정부 지배력 강화에 나선 셈이다.

민생경제와 직결된 정무위원회(39.42%)와 기획재정위원회(43.01%)도 법안 가결률이 과반을 밑돌았다. 현재 기재위에는 △규제프리존특별법(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정부안), 정무위에는 △규제개혁특별법’(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은행법 일부개정안(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진복 새누리당 의원) 등이 각각 잠자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41.18%)에서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일부개정안(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한국판 하르츠 개혁’인 노동개혁 법안, 교문위에서는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김희정 새누리당 의원) △대학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안홍준 새누리당 의원) 등의 법안이 각각 계류 중이다. 국회 본회의 통과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의 계류 법안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재교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노동법을 비롯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민생 활성화 법안을 통과하지 않은 채 여야 간 힘겨루기만 했다”며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19대 국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회 상임위 중 상설 상임위 16곳을 대상으로 했으며, 예산결산특위를 비롯해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 인사청문특위 등 상설 특별위는 제외했다. 또한 국회 사무처의 해석에 따라 형식적으로 폐기 법률인 대안반영폐기 법률안은 본래 입법 목적의 전부 혹인 일부가 본회의 통과 법률안에 반영되는 것으로 간주해 가결된 법률안에 포함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국회 상임위 중 상설 상임위 16곳을 대상으로 했으며, 예산결산특위를 비롯해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 인사청문특위 등 상설 특별위는 제외했다. 또한 국회 사무처의 해석에 따라 형식적으로 폐기 법률인 대안반영폐기 법률안은 본래 입법 목적의 전부 혹인 일부가 본회의 통과 법률안에 반영되는 것으로 간주해 가결된 법률안에 포함했다. [표=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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