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 금융당국도 참석…협상에 힘 싣나
2016-05-18 00:00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테이블에 금융당국 관계자의 참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해외 선주들은 책임 통감 차원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가 협상에 참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대상선이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의지보다 국가 차원의 확실한 '보증'을 요구하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애초 이같은 제안을 받아 들여 협상에 참여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 참석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7일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 관계자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면 한국 정부가 한발 뺀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참여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선주들도 직접 한국을 찾는 만큼 용선료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4면>
실제로 해외 선주들과의 협상에 금융당국 관계자가 참석하면 용선료 인하에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현대상선이 이번 용선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그 동안 추진돼 온 구조조정 절차가 수포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해운동맹 합류가 어려워져 최악의 길을 걷게 된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이번 협상에서 용선료를 28%대까지 인하하고 사채권자집회까지 잘 마무리할 경우, 남은 구조조정 절차를 통해 흑자 전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 선주들이 국내 조선사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번 협상에는 채권단이 직접 나서 해외 선주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해외 선주들은 정부 당국의 일종의 보증이 필요하다고 판단, 당국 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한 것이다.
또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협상에 참석한다면 현대상선을 살리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당국에서 오더를 전달하는 방식은 있었지만 직접 참석은 이례적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의 개입이 자칫 정부의 특정 산업 지원을 막는 자국산업 보호 조항에 위반,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기업 구조조정 방식과 관련 "정부 주도의 방식은 WTO 제소 등 통상마찰, 특혜시비 등의 우려가 있다"며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늘 7000억원대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현대상선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채권단협의회 안건으로 부의했다. 이에 대한 결의는 일주일 후인 24일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재조정 방안도 조건부 형태로 이뤄져, 용선료 협상이 우선적으로 마무리돼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