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천연성분', '자연 유래' 등을 앞세운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화장품의 경우 해당 제품들이 내세우는 장점이 오히려 피부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피부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화장품에 함유된 천연물질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천연 성분의 화장품이라 하더라도 피부 트러블이나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감한 피부나 아토피 환자라면 미리 귀 앞쪽 부분에 약간 발라보고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유기농 화장품이라면 유기농 인증 마크가 있는지 확인하고 구매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유기농이나 천연 성분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에 비해 화학적 방부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세균에 의한 부패 등 변질 속도가 빨라 가급적 냉장보관을 하고 빨리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장품 광고는 천연성분이어서 피부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잃기 쉽다. 천연성분이더라도 충분히 피부에 유해할 수 있어 신중히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하도록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화장품은 광고 문구를 통해 "천연 ○○를 사용해 피부가 좋아하는", "자연 유래 물질로 피부에 無 자극", "○○○의 천연 보습 성분이 피부 장벽을 지켜주는" 등이라고 홍보, 천연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식으로 성분을 내세우고 있다.

피부가 아주 민감한 유아용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다. 곡물이나 과일 등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을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런 성분들은 여린 피부에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업체와 관리 감독 기관은 서로 '남 탓'만 하고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천연 유래 성분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지 천연 성분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한다기보다, 개개인의 피부 타입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 맞는 천연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천연 물질이라고 무조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정식으로 등록된 물질들만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화장품 성분을 일일이 식약처에 등록하는 제도는 이미 사라졌고, 지난 2012년부터 네거티브 시스템을 적용해 사용이 불가한 원료만 지정 관리하고 있다"며 "자외선 차단제 등 일부 기능성 제품에 배합 한도를 정해 놓는 것은 있지만 그 외 안전성 입증은 모두 화장품 회사가 실시하고 책임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