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글로벌 투자 부진 탓 한국 연평균 성장률 0.21%p 하락"
2016-05-10 12:06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부진해지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0.21%포인트씩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규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0일 '글로벌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최종수요에서 글로벌 투자 비중이 축소됐다"며 "이는 2008∼2014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연평균 0.21%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된 중간재·자본재 수출에 집중해 글로벌 투자 수요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2014년 기준으로 수출품 성질별 비중을 보면 한국의 수출품 중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2%, 23.2%로 전 세계 평균 47.9%, 15.6%보다 높다.
2011년 국제산업연관표 자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로도 한국의 수출 중 글로벌 투자 수요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47.9%로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40개국과 기타지역 등 전 세계 평균(33.7%)보다 높았다.
국가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글로벌 투자에 영향을 받는 비중 역시 한국이 15.5%로 전 세계 평균(6.4%)보다 2.4배 컸다.
정 연구위원은 "이는 금융위기 이후 지속하는 글로벌 투자 부진이 다른 국가보다 우리 경제에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과 금융위기 이후인 2014년의 세계 최종수요 구성을 비교하면 민간소비는 0.9%포인트, 정부소비는 0.8%포인트 늘었고 투자는 1.7%포인트 감소했다.
정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경제 성장률이 전적으로 투자 때문에 하락하는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17%포인트 하락한다.
민간소비, 정부소비 때문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때는 각각 0.41%포인트, 0.25%포인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2014년 한국 경제의 GDP는 약 1.5%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2008∼2014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0.21%포인트 감소하는 셈이다.
정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 부진은 단기적으로 세계경기가 부진해 발생한 측면도 있지만 주요 수출국의 고령화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수요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우리 사회의 한정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수요 구조가 소비 위주로 변하는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소비재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