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BBC 기자 추방과 중국비자 발급
2016-05-10 22:00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외신 기자를 기껏 초청해 놓고 당대회 취재를 막았던 북한 당국이 BBC 기자를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8시간 동안이나 억류했다 9일 추방했다.
BBC 루퍼트 윙필드-헤이즈 기자의 추방 이유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는 것.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지난달 30일 노벨상 수상자들의 방북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corpulent and unpredictable son)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쓴 바 있다.
자신이 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내보내는 것이 자유언론의 특성인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다고 일방적으로 기자를 추방한 김정은. 그가 서방세계 언론의 특성을 모르는 것은 아닐터. 그렇다고 BBC 기자의 보도 수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자신들의 잔치에 초대한 기자를 추방까지 하면서 무리수를 뒀던 것일까.
북한에 남아있는 기자들에게 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기자 4명당 한명의 북측 감시 요원이 따라 붙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기자님 관리'가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인권의 유무를 논하는 북한에 언론 자유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어쩌면 어불성설 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언론 자유가 비교적 제한되는 국가로 꼽히는 중국은 어떨까.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에게 있어 3가지 금기시 되는 게 있다.
소수민족에 대한 민감한 보도와 파룬궁 보도,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이다.
하지만 그 검열 수위는 과거보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고 해당 기자가 민감한 보도를 했을 경우, 예전처럼 추방되진 않지만 비자 갱신이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중국으로의 재입국이 어려워진다.
사실 중국 비자 발급은 중국 관련 민감한 보도를 하지 않더라도 '기자'라는 직업군의 모든 이를 '을(乙)'로 만든다.
기자는 중국 외교부와 한국 외교부의 기자교류 차원에서 중국 정부가 직접 내어준 취재 비자를 받고 몇 해 전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외교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중국 정부기관도 방문하는 등 나름 의미 있는 출장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단순 관광차원으로 베이징을 방문하려는데 비자 발급에 애를 먹었다.
과거 받았던 취재비자가 문제였다. 관광으로 방문하는 기자에 입국 후 절대 취재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각서를 제출해 관광 비자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각서 내용이 불충분 하다는 이유로 또 한번의 재발급 신청을 해야했고 각서도 두번이나 썼다. 그럴때마다 비자 발급비용은 두배로 뛰었다. 결국 최종 통과(?)된 각서의 내용은 처음 썼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자는 이 역시 일종의 '경고'라 생각한다.
기자는 1999년부터 베이징 올림픽이 있던 2008년까지 베이징에서 공부하며 중국비자를 10번도 넘게 받은 바 있다.
기자가 된 지금, 중국 외교부의 초청하에 그들이 직접 내어준 취재비자가 앞으로 중국에 친구를 만나러 갈 때마다 각서를 써야하는 족쇄가 된 셈이다.
북한 당국과 다른 언론 자유의 잣대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점을 찾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