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자신에 부정적 보도했다고 BBC 취재진 추방
2016-05-09 16:57
"김정일 숨지고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이 자리 대신해" 보도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북한의 현실을 왜곡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평양을 방문한 영국 BBC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헤이스(49)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이 북한으로 부터 구금·추방 당했다.
BBC 취재진의 구금 및 추방 소식은 지난 6일 개막한 북한 7차 노동당 대회 취재를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에 의해 먼저 전해졌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북한이 김정은(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관련한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구금하고 추방했다"고 전했다.
서드워스 기자는 이어 "그러고 나서 그가 풀려나 결국 우리와 함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용됐다"고 덧붙였다.
BBC는 윙필드-헤이스 기자가 현재 카메라 기자 매슈 고다드, 프로듀서 마리아 번과 함께 북한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BBC 기자 서드워스는 "루퍼트(윙필드-헤이스)의 보도 내용에 대한 의견 불일치와 우려가 있었다"며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평양의 어린이병원을 방문했을 때 이 병원의 모습이 실제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도 그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 관리 오룡일은 이날 외신 기자들을 만나 "윙필드-헤이스는 해명할 수 없는 이유로 평양비행장 봉사일꾼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으며, 우리 공화국의 법질서를 위반하고 문화풍습을 비난하는 등 언론인으로서의 직분에 맞지 않게 우리나라 현실을 왜곡 날조하여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고 추방 이유를 밝혔다.
또 "윙필드-헤이스는 공화국을 모독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인민들에게 공식 사죄하는 사죄문을 썼다"며 "BBC는 조선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데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윙필드-헤이스 기자를 비롯한 BBC 취재진은 지난달 29일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와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학술교류를 위해 방북했을 때 동행했다.
알프레드 왕자와 수상자들은 지난 2일부터 김일성대 등에서 강연했으며 방북 일정을 마치고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또 지난달 30일 노벨상 수상자들의 방북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corpulent and unpredictable son)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고 쓴 바 있다.
그는 이달 4일 김일성대학 내부를 취재했으며 김일성 동상을 촬영하는 도중 북측 관계자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모습을 포함한 영상을 BBC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은 당 대회를 열면서 전 세계 각국 기자 100명 이상을 초청했으나 대회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등 취재와 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현지의 기자들은 보도뿐 아니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재진이 처한 상황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