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근로자 이사제 15개 기관에 도입… 재계, 우려의 목소리 여전

2016-05-10 11:09
기업 경쟁력 떨어뜨리고 국민에게 더 부담… 유럽 사례 우리와 맞지 않아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서울시가 노동자 대표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근로자 이사제'를 15개 공사·공단·출연기관에 도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재계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사업주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면 부당노동행위인 것처럼 노조가 과도하게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도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미 노사협의회 제도가 있어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일부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근로자 이사제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이라며 "일반 기업에 도입되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독일, 스웨덴, 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유럽 18개국에선 이미 '근로자 이사제'를 보편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단체에선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인 근로자 이사제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를 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재계에서 내비친 방만경영에 대한 우려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에 대해 단박에 일축했다. 법률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한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헌법상 권리인 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인 조례를 제정해 도입하기 때문에 위법소지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에서 보장한 자유시장 경제질서는 근로자들의 경영권 참여 금지를 뜻하는 법리가 아니고, 오히려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강화해 협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가치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민간보다 높은 수준에서 공기업 경영은 더 투명하게 실현해 나가겠다"면서 "근로자이사제의 안착을 위해 노사 양측과 각계 전문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시는 '근로자 이사제'에 대한 조레안을 이달까지 입법 예고하고, 8월까지 공청회를 거쳐 의회에 제출. 10월부터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투명한 경영과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뤄 경제 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근로자이사제 도입 대상은 근로자 30명 이상의 15개 공단‧공사‧출연기관으로 기관별 1~2명을 임명한다.

구체적으로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서울의료원 △SH공사 △세종문화회관 △농수산식품공사△신용보증재단 △서울산업진흥원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문화재단 △시립교향악단 △서울연구원 △복지재단 △여성가족재단 등이 도입 대상이다.

근로자 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등 주요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에 참여한다. 또한 타 이사들과 차별화된 근로자 특유의 지식과 경험,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된다.

이러한 권한 행사와 함께 책임도 뒤따른다. 근로자이사는 법령, 조례, 정관 등에서 정하는 제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예컨대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임명절차는 현행법 규정대로,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에 의해 임명된다. 응모 세부자격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관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화 할 예정이다.

임기는 지방공기업법에서 정하는 3년이다. 무보수로 하되, 이사회 회의참석수당 등 실비를 지급한다. 또한 전문교육기관 위탁교육을 통해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