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너마저…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휘청

2016-05-11 07:05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빌보드 차트를 휩쓴 팝의 여신 켈리 클락슨, 영화 ‘드림걸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앉은 제니퍼 허드슨,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와 그래미 상을 휩쓴 캐리 언더우드…수많은 스타를 양성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설 ‘아메리칸 아이돌’이 지난달 시즌 15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2년 첫 방영 당시 주당 시청자 3110만 명, 광고 단가 30초 기준 60만 달러(약 7억 원)를 자랑하던 이 프로그램의 끝은 처참했다. 제작사 코어 엔터테인먼트는 4억2000만달러(약 4662억 원)의 빚을 지고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사진='슈퍼스타K' 최초로 결승까지 오른 시즌 7 여성 참가자 천담비]

국내라고 상황이 다를까. 케이블 채널이 소수점 시청률에 연연하던 시절, 케이블 채널 역사상 최초로 시청률 10%를 넘기고(시즌2 7회 방송/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기준), 같은 시즌 14회 방송에서 순간 시청률 21.15%라는 보고도 믿지 못할 진기록을 수립한 Mnet ‘슈퍼스타K’의 직전 시즌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2.4%에 그쳤다. 화려했던 시절의 1/10 수준이다.

지난해 시즌 7을 마친 이 프로그램은 올해 ‘슈퍼스타K 시즌 8’이라는 이름 대신 ‘슈퍼스타K 2016’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내걸었다.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어 갈 뮤지션을 발굴할 ‘새로운’ 장치를 준비하고 ‘새로운’ 마음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시 ‘시작’한다는 포부지만 정작 내디딘 첫걸음은 몸짓 줄이기다. 부산. 대구를 지나 제주까지…넉 달 동안 8개 지역에서 치러졌던 지역 예선을 모두 없애고 5월 서울에서만 예선을 펼친다. “모바일을 통한 지원 접수 강화 차원”이라는 제작진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시청률 하락에 따른 제작비 절감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방송가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사진='K팝스타5' 우승자 이수정]

‘슈퍼스타K’의 성공으로 우후죽순 쏟아졌던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SBS ‘K팝스타’도 오는 11월 시즌6을 마지막으로 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이어온 것도 ‘국내 3대 기획사인 YG, JYP, SM(현재는 안테나뮤직)과 계약 체결’이라는 파격적인 우승 혜택을 내세운 덕이다. 하지만 업계의 마이더스 손이라 불리는 그들조차도 ‘K팝스타’를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심사위원 박진영은 “참가자의 무대는 물론 우리 심사위원도 소모적으로 반복되는 느낌이다. 우리가 거의 같은 말을 되풀이하더라. 이것이 마지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노력은 처절하다. 아마추어로 제한했던 참가자격을 대폭 낮춰 ‘이전 시즌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람’, ‘가수로 데뷔했으나 아직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은 물론, ‘현재 국내 기획사에 소속되어 언제가 될지 모르는 데뷔를 준비 중인 연습생’까지 오디션을 볼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우승자에게 YG, JYP, 안테나가 모두 달려들어 데뷔 무대를 꾸민다. 복수의 대형 기획사가 하나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합심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일이다. 꺼져 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