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AT시대 지고 ATM 시대 도래한다

2016-05-10 05:00
의료사고로 위기에 몰린 바이두 조직개편 성공여부도 불투명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하는 마이진푸, 상장땐 시총 4위 가능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윤은숙 김근정 기자 =중국의 거대 기업을 일컫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대가 지고 ATM (알리바바, 텐센트, 마이진푸)의 시대가 열렸다는 주장들이 최근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곧 검색회사인 바이두의 자리를 인터넷 금융회사인 마이진푸가 대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내에서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더군다나 최근 바이두는 의료사고 스캔들에까지 휘말리는 반면 마이진푸는 인터넷 기업 최대의 투자자금 확보에서 성공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 지지부진한 혁신에 위기 맞은 바이두… '의료사고 게이트'로 벼랑끝까지 몰려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가 미국의 구글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구글은 지난해 8월 조직의 혁신을 위해 대규모 조정작업을 걸쳤고, 이를 따라하듯 바이두 역시 지난해 말부터 조직개편에 나선 상황이다.

바이두는 최근 검색 서비스(SSG), 모바일 서비스(MSG), 소셜커머스(눠미·糯米)로 구성된 '바이두 검색회사'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중국의 인터넷 포털뉴스인 시나닷컴이 지난달 보도했다. 이에 바이두는 검색회사와 신규 서비스 사업, 금융서비스 사업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특히 결제, 재테크, 은행과 보험 등의 업무를 제공하기로 한 금융서비스 사업부는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마이진푸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즈푸바오 등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중국 인터넷 금융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마이진푸의 경쟁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뿐만아니라 중국 온라인 검색시장의 60~70%를 독점하고 있는 바이두는 최근 신뢰성이 결여된 검색 광고로 최근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다. 이달 초부터 중국을 휩쓸고 있는 사건은 바로 '웨이쩌시' 의료사고다. 지난 2014년 중국에서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 웨이쩌시(魏則西)가 바이두 검색추천으로 찾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1년여간 수천만원을 들여 엉터리 치료를 받다가 지난 달 12일 숨진 사실이 온라인에 폭로되면서 바이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사건이 온라인을 들끓게 한 뒤 중국 당국이 즉각 조사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서 바이두 주가는 하루 만에 8%가 폭락,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가 증발했다.

당초 "문제의 병원이 중국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공립 병원"이라고 주장했던 바이두도 2일 말을 바꿔 "건강하고 효과적인 인터넷 정보환경을 만드는 게 인터넷참여자의 책임"이라며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대답했다. 바이두는 앞서 지난 달 28일 문제의 병원에 대한 조사 심의를 시작하고, "만일 해당 병원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웨이쩌시 유족들이 법률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여론은 바이두가 검색 순위 상단에 올라오는 업체들을 엄격히 심사하지 않고 돈만 받으면 무조건 올려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이두의 독점이 이같은 폐해를 만들었다면서 구글의 중국 진출을 허용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 중국 인터넷 사업을 뒤흔드는 '개미 금융'

바이두가 위기를 맞는 반면 2014년 10월에 등장한 금융회사 마이진푸는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며 규모를 키우고 있다.

마이진푸는 산하에 온라인 결제서비스인 즈푸바오(支付寶)와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余額寶)·인터넷은행 왕상은행(網商銀行) 등 10여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중안보험(衆安保險)과 주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금융, 재테크, 은행, 증권, 보험, 신용정보 등 6대 분야에서 인터넷금융 제국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다양한 사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마이진푸는 지난달 26일 2라운드 투자자모집에서 45억 달러(한화 약 5조1772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는 당초 목표액인 33억 달러는 물론, 시장이 예상한 35억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것으로, 전세계 인터넷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 중 최대 규모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이들은 중국인수(中國人壽) 등 보험사와 중국우정그룹(中郵集團)·국개금융(國開金融)·춘화자본(春華資本) 등이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 자금모집에도 참여했고, 중투해외(中投海外)·건신신탁(建信信托) 등이 새로운 투자자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기업인 마이진푸의 기업가치는 최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라운드 투자금 모집 당시 450억 달러로 평가됐던 마이진푸의 기업가치는 이번에 600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약 8개월만에 무려 40% 급등한 것이다. 이는 바이두의 시가총액(675억 달러)이나 교통은행 시총(620억 달러)에 맞먹는 가치다.

시장에서는 마이진푸의 기업가치가 향후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있다. 만약 마이진푸의 시총이 1조 위안을 돌파한다면 현재 A주 시총 기준 1-3위인 공상은행·중국석유·건설은행의 뒤를 이어 마이진푸가 4위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