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계춘할망' 내 편이 있다는 것
2016-05-09 08:00
하지만 어리고 예뻤던 계춘의 기억 속 혜지는 없었다. 12년 만에 돌아온 혜지의 삶은 피폐했으므로. 어릴 적 밝고 화사했던 웃음이며 천진함은 잃은지 오래였다. 그는 친구와 도둑질을 하며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쁜 친구들과 얽혀 걷잡을 수 없는 실수들을 저지른다. 혜지는 도망치듯 제주도에 내려왔고 마냥 밝고 따스한 동네 사람들과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는 할머니 계춘에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과 할머니 계춘의 사랑은 여전했고 혜지 역시 그 빛을 받아들이고 조금씩 따스하고 밝아진다.
영화 ‘계춘할망’(감독 창·제작 ㈜지오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 (주)퍼플캣츠필름 (주)빅스토리픽쳐스·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와 오매불망 손녀바보 계춘 할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빛과 어둠은 중요한 키워드다. 할머니의 내리사랑을 통해 빛을 찾아가는 손녀 혜지의 모습은 스토리나 영상으로 꽤 세밀하게 표현된다. 서울의 색감과 제주도의 색감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혜지의 변화를 더욱 인상 깊게 표현한다. 특히 창 감독이 자신한 제주도 촬영 분은 보기만 해도 힐링될 정도로 따스하고 아름답다.
할머니 계춘을 연기한 윤여정의 연기력은 두말 하면 입 아플 정도. 영화 말미, 관객들은 윤여정의 얼굴만 봐도 눈물이 핑 도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거기에 혜지가 겪는 감정 변화는 관객들에게도 여과 없이 전달되며 극 후반 공감과 감동의 여진을 겪게 될 것이다. 1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