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랜’ 아무도 모르는 이웃의 추악한 민낯
2016-04-29 12:55
80년대 초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실종되고 납치당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알렉스 푸치오의 친구 역시 의문의 집단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끔찍한 사건의 범인은 알렉스의 아버지 아르키메데스 푸치오(길예르모 프란셀라). 그는 알렉스와 함께 사람들은 납치, 감금, 살해하며 피해자의 몸값을 요구한다.
알렉스는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범행 대상을 유인하고 범죄에 가담한 대가로 큰돈을 얻는다. 그는 아버지의 든든한 조력자로 범행을 저지르지만 여자친구 모니카와 관계가 깊어지며 범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아버지는 자신을 벗어나려는 아들을 배신자라 몰아붙이고 더욱더 악랄하게 그를 옥죄어 온다.
영화 ‘클랜’은 1980년대 초반 군부 독재정권의 몰락과 민주주의로 복권이 이뤄진 시기, 아르헨티나에서 실제로 벌어진 희대의 일가족 범죄 실화를 담아냈다. 푸치오 일가의 섬뜩한 이중성과 끔찍한 사건들은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에 의해 조명되며 살벌한 실체를 드러낸다.
끔찍한 사건을 다룬 ‘클랜’은 폭력적이고 끔찍한 면면을 과시 하지 않는다. 파블로 트라페 감독은 은유적이고 비유적으로 이들의 끔찍함을 드러내고 세련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의 은유와 비유는 영화를 더욱 잔혹하고 섬뜩하게 만들어낸다. 이처럼 강렬한 스토리와 빠른 속도, 감각적인 편집으로 인해 긴장감과 몰입도는 배가 된다.
또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OST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끔찍한 상황에 경쾌한 노래를 배치하며 더욱 리드미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킹크스(Kinks)의 ‘써니 애프터눈(sunny afternoon)’ 등 OST는 영화의 강렬한 이미지를 관객의 뇌리에 새기는 것에 성공했다.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들은 아이러니의 상징이며 그 끔찍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기도 하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 깊다. 아버지 아르키메데스 푸치오를 연기한 길예르모 프란셀라는 독보적인 캐릭터와 섬뜩한 악랄함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한다. 극의 묵직함을 이끄는 것의 8할은 길예르모 프란셀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알렉스 푸치오를 연기한 피터 란자니 역시 유약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아버지와의 두려움과 갈등을 극대화 시킨다. 5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