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성장률 등 주요 거시지표 목표치 하향조정 전망
2016-05-08 06:48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말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수출증가율 등 주요 지표를 일제히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8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말쯤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현 경제상황을 반영해 거시지표 전망치를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통상 6월 말∼7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어느 정도나 낮출지다.
정부가 전망에서 참조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3.6%였다가 올 4월 3.2%까지 떨어졌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도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올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분기 만에 최저인 0.4%를 기록하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은 대내외 여건을 반영,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줄줄이 내렸다.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2.8%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말쯤 3.0%를 2%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정부만 홀로 3%대 낙관적인 전망치를 고수하는 모양이 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정부는 정책 여력이 있고, 투자·수출 활성화 대책,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3%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경제가 애초 예측한 성장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방 위험이 커진 것도 사실"이라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필요가 있으면 조정하겠다"며 전망치 하향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일종의 목표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경제회복에 대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3.0% 이하로는 쉽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 관련 예상지표도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작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를 35만 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1∼3월 월별 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28만7000명으로 전망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정리해고 등 대량 실업사태가 이어지면 고용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
올해 정부의 고용률(15∼64세) 전망치는 66.3%지만 3월 말 현재 고용률은 65.1%로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수출 실적 역시 예상과 크게 빗나가고 있다.
한국의 수출액 규모는 작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16개월간 이어지며 최장기간 감소 기록을 매달 경신하고 있다.
지난 1월 6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인 -19.0%를 기록한 뒤 2월 -13.0%, 3월 -8.1%로 감소 폭을 줄여가는 모습이었지만, 4월 들어 다시 두자릿수인 -11%로 주저앉으며 악화했다.
작년 말 정부는 올해 수출이 2.1% 증가세로 반전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런 예상은 이미 물 건너간 모양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 우려가 커지는 만큼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올해 경제성장이 2% 중반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수출 감소 폭이 작년보다도 커질 수 있는 데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정부가 내걸었던 고용률 70% 달성도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대선정국이 되면 정책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정부가 이제는 경기 반등 가능성을 언급할 시점이 아니다. 단기부양책과 함께 구조개혁을 병행하면서 경제 체질을 다져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