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사랑'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죽음 앞에서도 사랑은 꽃피기에

2016-04-28 17:06

'휴먼다큐 사랑'에 쌍둥이 자매 사만다(왼쪽)와 아나이스가 등장한다[사진=MBC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사랑'의 힘을 믿고 시작한 '휴먼다큐 사랑'이 무사히 10년을 보내고 다시 돌아왔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MBC 대표 브랜드 다큐멘터리로 자리잡은 '휴먼다큐 사랑'의 근본은 역시 '사랑'이다.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에서는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휴먼다큐 사랑'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모현 PD는 가장 오랫동안 '휴먼다큐 사랑'을 연출한 PD이기도 하다. 이 PD는 '휴먼다큐 사랑'을 간결하게 '사랑'이라고 지칭했다.
 

'휴먼다큐 사랑' 이미지[사진=MBC 제공]


올해 가정의 달 5월은 모두 5주. 매주 한 편씩 내보내기 위해 다섯 편을 충실히 준비했다.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물으니 역시 '사랑'이란 답이 돌아왔다.

"다섯 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11년째 똑같아요. '사랑'입니다. 그거 외에는 묶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다섯 편 모두 사랑의 이야기예요."

조금 특별한 게 있다면 이번에 '휴먼다큐 사랑'에서 마련한 다섯 가지 사연의 주인공들은 다소 힘든 상황에서 사랑을 꽃피웠다는 점이다.
 

배우 신성일(왼쪽)과 엄앵란 부부[사진=MBC 제공]


원조 톱스타 부부인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경우 엄앵란이 최근 한 방송 녹화에서 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스캔들과 별거 등의 이슈로 화제를 몰았던 이들 부부는 엄앵란이 암 선고를 받은 이후 서로를 다시 보게 됐다는데. 인생의 끝자락에 가까워진 나이에 바라보는 삶과 죽음 부부의 의미가 2일 오후 11시 10분에 공개된다.

자식도 못 알아보고 대소변도 못 가리지만 유일하게 남편을 기억하는 정인나 씨와 그의 남편 김명이 씨의 사연도 9일 오후 11시 10분에 전파를 탄다. 언젠가 함께 떠나자고 했던 둘만의 해외여행은 평생 바쁘다느 핑계로 미뤄져야 했다. 치매 말기 아내와 함께 떠나는 사랑 여행이 안방극장에 울림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모현 PD는 이 사연에 대해 "편집이 가장 어려운 편이었다"고 털어놨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이 제작진을 믿고 정인나 씨의 현재 상태를 리얼하게 담을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어디까지를 내보내야 할지 고민이 컸다는 것.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하는 김명이(왼쪽) 씨와 정인나 씨 부부[사진=MBC 제공]


이 PD는 "편집을 하다 남편 김명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것도 내보내도 되느냐'고 물었다. 다 된다고 하더라. 그분이 하는 말이 '치매가 어떤 병이고 얼마나 가족들이 힘들고 가슴 아픈 건지를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64만 명이라고 한다.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휴먼다큐 사랑'은 이외에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확인된 조로증 환아 홍원기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와 스위스로 입양보낸 딸을 되찾기 위한 탈북자 엄마의 사연, SNS를 통해 25년 만에 기적적으로 만나게 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가 소홀하게 지나쳤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