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간이탈자' 조정석이 흥행 배우를 꿈꾸는 이유

2016-04-26 15:25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1983년 고등학교 교사 지환 역을 열연한 배우 조정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1983년 1월 1일,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 지환(조정석 분)은 같은 동료 교사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에 찔려 의식을 잃는다. 2015년 1월 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30여 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간 지환과 건우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살아나게 되고,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꿈으로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된다.

지환은 1980년대 미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건우를 통해 약혼녀 윤정이 곧 살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남자는 윤정의 예정된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을 뛰어넘는 추적을 시작한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 등을 연출, 한국 멜로 영화의 장인으로 추앙받는 곽재용 감독은 영화 ‘시간이탈자’를 세 번째 데뷔작으로 꼽았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엽기적인 그녀’로 코미디 영화에 데뷔했다면 ‘시간이탈자’로는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을 모두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스릴러 장르에 데뷔했다”는 곽 감독은 죽음이 예정된 정인을 지키려는 간절함을 무기로 살인 사건에 뛰어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허리 격인 지환 역에 배우 조정석을 캐스팅했다. 조정석을 제 페르소나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1983년 고등학교 교사 지환 역을 열연한 배우 조정석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조정석은 “곽재용 감독이 나를 페르소나로 꼽으면서도 다시 태어나면 이진욱의 외모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했다”며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곽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4년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공연에 한창일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당시 받았던 대본 중에 가장 재밌게 읽은 작품이죠. 사실 재밌는 대본이 반드시 출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시간이탈자’는 재미는 물론이고, 참신함까지 갖춘 작품이라 이 작품에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시공간 초월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영화나 드라마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과거가 변하면 현재도 변한다는 설정으로 미제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정석은 “스릴러라는 장르에 촉촉한 멜로의 정서를 감칠맛 나게 심어두었다는 것이 여타의 건조한 스릴러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작품만의 강점”이라면서 “또 한 인물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남자와 현재의 남자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전개 방식도 새롭다”고 했다. 스릴러 장르에 심어진 촉촉한 멜로 감성의 중심에는 조정석이 연기한 지환이 있다. 스릴러적 흥취를 고조시키는 원천은 약혼자를 살려내겠다는 간절한 ‘감성’이다. 연인만을 향했던 눈에 절실함과 분노를 담아 풍금을 치던 고운 손으로 주먹을 날린다.
 

[사진=영화 '시간이탈자' 스틸]

‘시간이탈자’ 속 액션 장면의 방점은 사실성, 현실감에 찍힌다. 조정석은 “옥상 신은 온종일 찍었다. 겨울에 촬영해 추위와도 싸워야 했지만, 각목으로 맞는 신에서 어떤 보호 장비도 착용할 수 없어 부상을 달고 살았다. 의상이 얇은 데다 비까지 맞으니까 팔꿈치나 무릎에 보호대를 하면 티가 나더라”라고 회상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조정석은 바로 뮤지컬 ‘헤드윅’ 공연장으로 향해야 했다. 그 다음 날에는 광고 촬영을 한단다. 조정석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지만, 요즘이 아니라 2016년의 조정석이 그렇다. 새해 첫날부터 tvN 대표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으로 시청자와 만났고, 요즘은 영화 홍보를 하면서 뮤지컬 ‘헤드윅’으로 무대에도 오른다. 5월까지 공연을 하고 나면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촬영에 돌입한다. 이후에는 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와 함께한 영화 ‘형’의 개봉을 준비한다.

그만큼 배우 조정석을 찾는 곳이 많이 졌다는 말인데, 그도 그럴 것이 “어떡하지, 너?” “납득이 안가, 납득이∼”라는 대사를 당시 최고 유행어로 만들며 흥행에 일조했던 ‘건축학개론’(2012)부터 “핫도그 세 개”라고 말했더니 “핫도그 세계”로 인식해 “핫도그 월드”로 번역하는 핸드폰을 들고 수더분하게 낄낄거리던 ‘꽃보다 청춘’까지…조정석은 늘 유쾌함을 전하는 배우였다. 그것은 조정석의 목표이기도 했다.

“뮤지컬에서 한창 활동할 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기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데,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걸 이루고 나서는 흥행 배우를 꿈꿀 거예요”라는 조정석에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관상’(2013)으로 900만 관객을, ‘건축학개론’을 통해서는 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00만 관객을 모은 그니까.

조정석의 정의하는 흥행은 단순한 관객 수, 그 이상의 의미다. “흥행은 저에게 아주 중요해요. 아무리 쇼를 하고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해도 앞에 나를 봐 주는 사람이 없다면…연극에 삼 요소 중에 관객이 있잖아요.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얼마만큼 있느냐가 배우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들더라고요. 연극계에 계신 선배님이 공연하려고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에 관객이 6명이 앉아있더래요. 갑자기 이들하고 같이 이야기하고 술 한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즐겁게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아요."

어쩌면 꿈에 벌써 다다랐는지 모른다. 대중은 그를 바라보는 눈은 언제나 웃을 준비를 마친 상태고, ‘관상’의 한재림 감독이 송강호를 주연으로 캐스팅해놓고 그와 찰떡같은 호흡을 낼 배우로 조정석을 선택했을 만큼 업계에 신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탈자’는 공개 직후부터 오늘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