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축산업 가치의 재발견

2016-04-25 11:12
오성종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오성종 국립축산과학원장[사진=농촌진흥청]

예로부터 축산물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줬다. 명절에 먹던 소고기 탕국, 귀한 손님상에 내던 닭백숙. 돼지고기는 주로 잔칫날 등장했지만 요즘엔 회식자리 단골 메뉴다.

소비량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가축은 우리 민족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65년 163.7cm던 만 17세 남학생의 평균 키가 2013년에는 173.2cm로 9.5cm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업은 한해 생산액이 농업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농촌경제의 핵심 성장산업이다. 생산 이외에 가공·유통·사료·수출·신소재 등 전후방 연관 산업까지 합쳤을 때 규모는 무려 60조에 육박한다.

눈여겨 볼 점은 축산업이 과거 식량안보와 각종 영양소 공급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넘어 미래에는 보건과 환경, 에너지 등 인류가 처한 여러 난제를 극복하는데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치유축산과 6차산업, 생명공학 비즈니스를 통해 산업 곳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짬을 내 치즈와 요구르트를 생산하는 낙농목장을 방문했다. 축산경제가 자생력을 갖추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축산물의 고부가가치화인데, 낙농체험과 유가공품 생산이 이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탁 트인 초원에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축산 체험장은 아이들에겐 즐겁고 맛있는 놀이터다. 젖소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직접 만져보고 교감하며, 치즈와 아이스크림 등 우유로 맛있는 것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치유의 장이 있을까?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돼지농장은 미니돼지를 사육·분양하는 1차 산업, 소시지를 가공·판매하는 2차 산업, 돼지공연·체험 등의 3차 산업을 결합해 한해 7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돼지카페와 박물관까지 운영하며 매년 전국에서 8만명이 찾아 머물다 가곤 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용 축산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생명실험도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는 할 수 없어 미생물, 곤충을 거친 연구는 가축에서 완성된다.

농‧생명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문이 바이오 신약이다. 혈액의 응고에 관여하는 안티트롬빈의 경우, 약품시장 규모가 23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유전자변형 염소로부터 ‘에이트린(ATryn)’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 변형 닭이 낳은 달걀을 이용해 만든 희귀 유전자질환 치료제 ‘카누마(Kanuma)’의 판매를 승인하는 등 가축을 이용한 바이오 신약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심각한 장기공급 부족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바이오 이종장기 개발 연구도 활발하다. 이 연구에는 인간과 장기의 크기가 유사하며 무균화가 가능한 돼지가 이용된다.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이 면역거부반응 유전자를 제어한 ‘믿음이’와 ‘소망이’를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농업이 가장 유망하고 잠재력이 뛰어난 산업 중 하나이며, 발전가능성이 무한한 미래 성장동력 산업’이라 말한 바 있다.

농업분야 중에서도 축산이 특히 그렇다.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관광부터 체험, 치유, 의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몸과 마음을 살리는 축산업. 우리 축산업의 활성화는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축산업이 새로운 가치 창출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고, 온 국민에게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