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구글 안드로이드 반독점 위반 들여다보는 공정위

2016-04-25 08:00
3년전엔 무혐의 결정…IT업계, 재조사 여부 '촉각'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3년 전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관련한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의혹에 무혐의 결정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럽연합(EU)이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발표하자 고민에 빠졌다.

외국사례를 참조해 국내 규제 당국이 관련 내용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지난 20일(현지시각)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잠정 결론냈다고 밝혔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이 2011년 4월 구글이 OS내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고, 국내 회사의 검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제소한 바 있다. 

스마트폰에 구글 검색엔진, 유튜브, 크롬 등 구글 제품을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해 제조사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2년여간 조사하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구글이 선탑재 이후에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 안팎에 머문 반면, 네이버의 점유율은 계속 70%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가 네이버와 다음 애플리케이션(앱)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재가 존재해 경쟁이 제한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한 EU의 판단은 달랐다. EU 집행위원회는 1년간 조사한 끝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 검색 엔진을 기본적으로 탑재해 제조사 등과의 계약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런 행동이 모바일 앱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제한했으며, 다른 기업의 기술 혁신을 막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이 3년 전과 달라진 만큼, 공정위가 구글을 재조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계는 과거 공정위 결정이 같은 소송전에서 구글의 방어 논리로 활용됐다고 주장한다. 또 이 결정 이후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지속 상승했고, 2위 사업자였던 다음이 구글에 자리를 내줬다고 토로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영상, 크롬브라우저, 메시지 등 검색 외 구글 서비스에서도 소비자 선택권 저해 및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는데 공정위가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면서 "이제라도 각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경쟁 제한 효과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글측은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앱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며 "EU 집행위원회와 계속 대화해 안드로이드가 경쟁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에게도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유럽과 한국의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3년 전 조사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을 살펴보고 조사 재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럽에서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80%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10% 수준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구글 검색엔진이 탑재돼 있더라도 네이버, 다음 검색엔진을 따로 내려받아 이용하는 등 유럽 소비자와 행태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