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당을 이긴 노모(老母)…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2016-04-21 14:16
선거, 간절하면 우주도 도와준다.
당시로는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는 방식인데, ‘유권자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였다.
예를 들어 “000 님, XXX 후보입니다. 지지를 부탁드립니다”란 형식인데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고 대량으로 유권자들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캠프 내 몇몇 사람들이 결사반대하였다. 심지어 “자기 돈이 아니라고 낭비한다”는 황당한 인신공격까지 당했다. 결국 득표에 커다란 효과가 있는 이 ‘대량 문자메시지 건’은 폐기되었다. 몇몇 관계자들은 왜 반대했을까?
4․13 총선이 끝났다. 여당은 울고, 두 야당은 잔칫집 분위기다. 선거 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0%에 가까웠고,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진보정권 10년간의 햇볕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야당은 분열되어 1여 2야로 맞서는 수도권 선거구에서의 여당 압승이 예상되었다. 일각에서는 여당 180석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왜 그랬을까?
선거기간에 한 대형마트에서 연세가 지긋한 분이 명함을 나눠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전현희 후보의 어머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짠한 장면이었다. 강남의 텃밭에서, 강남의 한복판에서 야당 후보 팔순노모(老母)가 간절하게 유권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었다. 4․13 총선 최대 이변지역으로 꼽혔던 강남을 선거구의 기적은 이렇게 일어났던 것이다.
4․13 총선은 여당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사상최고의 환경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기에 함정이 있었던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승민 죽이기’에 몰입한 나머지 금쪽같은 선거구를 ‘무공천’한다는 희귀한 말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여기에 맞서 ‘옥새 나르샤’라는 희대의 코미디를 연출했다. 말로는 ‘한 표’를 호소하며 선거구 몇 개를 우습게 여기는 여당의 작태에 보수 유권자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옥새 파동이 끝나고 선거에 임하는 소위 친박과 비박은 ‘180석 미달 시’, 혹은 ‘과반 확보 미달 시’ 서로를 비난할 명분 찾기에 몰두했을 것이다. 즉,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지도부에게 그다지 중요하지도, 절실하지도 않았다. 염불보다 잿밥에 몰두한 새누리당의 몰락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반면에 야당은 사상최악의 선거결과가 예상되자 진화하기 시작하였다. 안철수 의원이 호남에 깃발을 꽂고 제3당으로 변신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친노 강성이미지를 쇄신하고자 천하의 제갈공명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고 수권가능한 당으로 변신하였다. 선거기간 내내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은 ‘정말 죽어라’하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에 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어린이날 말했듯이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는” 법이다.
선거캠프에서 몇몇 선거관계자들이 필사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대량문자메시지’ 발송에 반대했던 이유는 선거 후에 알았다. 그들은 선거 승리보다는 선거 이후 논공행상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이 선거에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잿밥에만 관심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마도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은 서로 상대가 망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결코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완패한 여당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전 우주가 도와주는’ 기적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간절한 노모(老母)가 거대 여당을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