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2016-04-19 06:00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유유자적의 삶
일승 양방웅

장자는 외부의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을 갈구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노니는 삶을 ‘소요유(逍遙遊)’라 했습니다. 그리고 세속적 가치를 초월하여, 유유자적하며 사는 사람을 네 부류로 나눠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 부류는 메추라기처럼 좁은 공간에 살면서도 만족해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지적수준이 하나의 관리를 할 만한 정도이고, 하는 행위는 한 고을의 인심을 얻을 만한 정도이며, 갖춘 덕성은 한 군주의 마음에 들고 백성의 신임을 얻어 일하면 아주 만족해하는 정도의 사람입니다.

두 번째 부류는 송나라의 사상가 송영자처럼 세상사에 관한 분별력을 지니고 사는 사람입니다. 송영자는 세상 사람들이 그를 칭찬해도 우쭐하지 않고, 비난해도 기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안에 있는 자신과 밖에 있는 세상사를 구별할 줄 알고, 영광과 치욕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분별력이 있다 해도 아직 이르지 못한 경지가 있습니다.

세 번째 부류는 노자사상을 계승한 열자처럼 무언가에 의지하며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열자는 바람을 타고 다니며 자유롭게 노닐다가 15일이 지나서 돌아왔습니다. 세상의 행복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자유는 아직 바람에 의지해야만 되는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무언가에 의지하는 상태를 ‘유대(有待)’라 합니다.

네 번째 부류는 의지함 없이 ‘절대 자유’를 누리며 사는 사람입니다. 어느 것에도 의지함이 없는 상태를 ‘무대(无待)’라고 합니다. 천지의 규율[道]을 타고 육기(六氣)의 변화를 터득하여 무궁무진한 우주의 경계를 넘나들며 노니는 사람입니다. ‘육기’란 음양(陰陽)·풍우(風雨)·회명(晦明)의 여섯 가지 기운을 말합니다. 풍우나 회명은 음양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육기는 곧 음기와 양기의 두 기로 압축됩니다. 장자는 득도하여 절대자유의 경지에 이른 사람을 지인(至人)·신인(神人) 또는 성인(聖人)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나에 대한 집착이 없고,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명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무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대소(大小)’나 ‘다소(多少)’ 그리고 ‘너와 나’의 구분이 없어진 무궁의 경지에서 노니는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지성(至誠 우주의 혼)을 지니고, 무(无)의 경지에서 자연의 본성을 회복한 도인들입니다.

장자는 들녘에서 자유로이 사는 꿩에 은유하여 “내가 내 생명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강자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이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힘센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위협하는 사람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프로필>
전주고, 육군사관학교, 대만해양대학, 해법대학원 졸업.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역임. <초간 노자>, <중용·천명>, <대학·초간 오행>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