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과거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돼 다시 링에 섰다.”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44)가 13년 만의 링 복귀전에서 TKO승을 거둔 직후 남긴 말이다. 최용수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감동의 승리까지 얻었다.

최용수는 16일 충남 당진의 호서고 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복귀전에서 일본의 카즈야 나카노(30)를 상대로 경기 중반부터 두 차례 다운을 빼앗은 끝에 8라운드 1분53초에 레프리 스톱 TKO승을 거뒀다.

최용수는 4라운드부터 짧고 정확한 펀치를 적중시켰다. 묵직했다. 나카노가 휘청거렸다. 최용수는 5라운드에 이어 7라운드에서도 다운을 빼앗았다.

최용수는 8라운드에서 상대와 거리를 좁히며 나카노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장기인 좌우 연타와 짧은 어퍼컷으로 공략했다. 결국 최용수의 강력한 펀치에 나카노가 초점을 잃고 비틀거리며 안면을 내주자 레프리는 즉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최용수는 지난 2003년 시리몽 마니삭(태국)과의 세계 타이틀전에서 패한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치러진 복귀전에서 승리하며 통산 전적은 30승(20KO) 4패 1무가 됐다.

이날 최용수와 맞붙은 나카노는 이벤트성 ‘쇼’를 위한 상대가 아니었다. 나카노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검증된 일본 선수로 프로 통산 9승(7KO) 5패 1무를 기록한 저돌적인 왼손잡이 파이터였다.

14살 차이나 나는 나카노를 상대로 최용수는 경기 중반 이후 투혼을 살리며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하는 접근전 몰아치기로 끝냈다. 나카노는 최용수의 불굴의 투지에 무너졌다.

경기를 마친 뒤 링 위에서 인터뷰를 한 최용수는 인터뷰 내내 눈시울이 붉히다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최용수는 “생각보다 경기가 잘 안 풀렸다. 큰 주먹을 맞고 리듬을 못 찾기도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용수는 “복싱을 하면서 데뷔전부터 세계 챔피언, 수많은 방어전이 모두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당시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돼 다시 링에 섰다”며 울먹인 뒤, “복싱 인기가 다시 생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이젠 도전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