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내 마음의 먼지를 턴다

2016-04-15 14:45
칼럼니스트(문학박사)

[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싱어송라이터 강승원이 오랜만에 콘서트를 갖는다. 오는 16일 저녁 8시 홍대 라이브클럽 '타'에서 열리는 봄맞이 공연은 '내 마음의 먼지를 턴다: 강승원의 노후대책 두 번째'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서른 즈음에 그 유명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작곡했고, 이후 지금까지 방송계에서 음악감독으로 활약해 왔다. 그는 지천명이 돼서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노후대책'을 세웠단다. 늦어도 너무 늦게 세웠다! 

혹자는 곰이나 오소리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도 아닌데 겨우내 뭘 하다가 3월도 아니고 4월이 되어서야 봄을 맞이하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것을 보면 겨울이 다 간 것은 아닐 터.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느긋한 걸음으로 대중을 만나오던 그가 이제서야 봄맞이 콘서트를 여는 이유가 생뚱맞지 않은 이유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면 맥주 한 잔 하기에 좋은 날씨가 찾아오려나? 

우리 선조들은 봄이 오는 소리에 깨어나 집안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청소, 정리정돈 등을 해놓곤 했다. 청소한 만큼 마음이 깨끗하고 시원해지니 비록 몸은 힘들어도 '힐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활짝 열어둔 현관문과 창처럼 우리네 마음도 그렇게 열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강승원의 콘서트 제목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강승원 1집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인 '달려가야 해' 등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를 비롯해 이적의 '나는 지금', 존 박의 '술', 윤도현의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윤하의 'Him', 박정현의 '그 겨울', 장기하의 'Digital World', 자이언티(Zion.T)의 '무중력' 등 다른 뮤지션들의 목소리로 불려진 그의 노래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곡가인 그가 직접 부르는 노래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해석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작곡가가 처음 지었을 때의 느낌 그대로의 감동은 어떤 색일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의 앨범에 참여했던 뮤지션뿐만이 아니라 전인권, 성시경, 조정치, 바버렛츠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사전예고 없이 공연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이소라의 프로포즈' '이하나의 페퍼민트' '윤도현의 러브레터'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대중에게 소개해 왔던 그의 인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최근 '뜻밖의 만남' 콘서트에 강승원을 불러준 양희은은 꼭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솔로콘서트'라 쓰고 '쇼프로그램' 또는 '합동공연'이라고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흥미로운 점은 콘서트 날인 4월 16일이 그의 생일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는 콘서트를 마친 뒤 친구들과 한 잔 하러 가지 않을까? 앞으로 2~3곡이 더 나오면 올 5월경에는 고대하던 '강승원 1집'이 나온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동물원 멤버였던 김창기의 '작은 콘서트' 등에 얼굴을 비추던 그를 콘서트장에서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오랜만에 서른 즈음의 시절로 돌아가 아련한 추억의 돌담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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