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러시 발표 왜 지금인가…석연치 않은 발표에 의문 증폭
2016-04-11 16:02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정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을 공식 발표한지 사흘이 지났고 4·13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11일, 북한 엘리트 집단의 망명사실을 인정하면서 탈북 사실 공개과정 등을 놓고 의문이 증폭 되고 있다.
이례적으로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한 정부는 탈북경로와 조사과정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대북 제재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전이 아니냐는 비판론까지 일고 있다.
◆ 남은 종업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정부는 지난 7일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 소식을 발표한 데 이어 11일에는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우리의 대령급)가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종업원들은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마지막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식당에는 북한 국적 남녀 18명가량이 있었으나 이달 5일부터 모습을 감췄다고 전해지고 있고, 이 식당 종업원이 15~20명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따라 남은 직원 중 일부 뒤늦게 귀순을 선택하고 동남아의 한 국가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이란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우리 정부가 이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된 관리자와 직원들이 귀국도, 한국행도 택하지 못한 채 도주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들이 류경식당 출신일 경우, 중국에서 항공편으로 동남아 제3국으로 이동한 뒤 한국행 항공기에 올랐다는 이야기에 힘이 실린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은 정상 여권을 갖고 있기에 항공편 이용에 제약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종업원들의 여권은 통상 지배인이 거둬들여 보관하지만, 이번에는 지배인도 탈북에 동참했다.
이들 13명의 종업원들은 이달 초 남측과 접촉을 하고 한국행을 타진했고, 우리측도 이들의 귀순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북한 국적자들이 집단으로 국제선을 이용해 제3국으로 이동하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만큼 이를 묵인했거나 어떤 식으로든 협조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이례적 정부 발표…왜?
그렇다면 정부는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례적으로 탈북 사실을 발표한 것일까.
그동안 탈북 관련 내용은 비공개라는게 정부의 관행이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해외식당 특성상 며칠 내로 외신 등으로 공개될 가능성이 컸던 데다 오히려 북한이 먼저 공개하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 배경을 밝혔지만 과거 비공개 사례를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심지어 북한 식당 종업원의 탈북과 관련, 통일부가 공개 브리핑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지시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통일부는 "사실무근" 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에는 통일부와 외교부 당국자들이 백브리핑을 하고 대북제재 효과를 소개하면서 탈북 종업원들의 입국 이후 진술 내용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정치권에서는 일각에선 이를 4·13 총선과 연계해 해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끌어 낸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공로를 강조하고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이른바 '북풍 몰이'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북한 지도부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유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 이외의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