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마스터스골프] 윌렛, 일찍 태어난 첫 아들·스피스 자멸 덕에 ‘대어’ 낚아[종합]
2016-04-11 10:57
합계 5언더파로 ‘깜짝 역전 우승’…잉글랜드 선수론 팔도 이어 둘째로 그린 재킷 걸쳐…스피스·웨스트우드 2위, 데이·매킬로이 10위, 대니 리 17위·랑거 24위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의 주인공은 이름도 낯선 대니 윌렛(29·잉글랜드)이었다. 윌렛은 최종일 무결점 플레이를 펼쳐 챔피언 자격이 있지만,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그의 아들, 디펜딩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의 ‘자멸’ 덕분에 생애 처음 메이저타이틀을 안을 수 있었다.
윌렛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길이7435야드)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총상금 1000만달러)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고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했다.
윌렛은 4라운드합계 5언더파 283타(70·74·72·67)를 기록, 사흘 연속 선두를 지킨 스피스와 메이저대회 첫 승을 노리던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3타차로 제치고 생애 처음 그린 재킷을 걸쳤다. 윌렛은 1996년 우승한 닉 팔도 이후 잉글랜드 선수로는 20년만이자 역대 둘째로 그린 재킷을 입었다. 우승상금은 180만달러(약 20억7000만원).
2008년 프로골퍼가 된 후 유러피언투어에서 활약해온 윌렛은 이 대회전까지 4승을 올렸다. 2014년엔 남아공에서 열린 네드뱅크챌린지에서 우승했고, 지난 2월초엔 오메가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안정된 기량으로 지난주 세계랭킹 12위를 기록했으나 골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그런만큼 그를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 그는 이번 대회 기간에 아내의 첫 아이 출산예정일이 잡혀 있어서 대회 출전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아내가 예정일보다 앞서, 대회 직전에 아들을 낳은 덕분에 윌렛은 ‘마음놓고’ 마스터스에 출전해 ‘대어’를 낚았다.
윌렛은 3라운드까지 선두 스피스에게 3타 뒤진 공동 5위였다. 최종일 6,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중간합계 2언더파까지 갔으나 스피스도 전반에만 4타(버디 5, 보기 1)를 줄여 스피스가 전반을 마칠 때쯤 두 선수의 간격은 5타로 벌어졌다.
지난해 대회 첫날부터 올해 대회 3라운드까지 7라운드 연속 단독선두를 질주하던 스피스가 후반에 난조를 보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윌렛보다 30분 늦게 티오프한 스피스는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가장 어렵다는 10,11번홀(이상 파4)을 보기로 홀아웃했다. 그래도 여전히 3타차 선두였다.
그러나 스피스는 올해 1∼3라운드에서 ‘파-파-버디’를 기록한 12번홀(길이 155야드)에서 발목이 잡혔다. 바람 때문이었는지, 2년연속 우승이 아른거린 탓이었는지, 그는 두 번이나 볼을 그린앞 개울에 빠뜨린 끝에 6온1퍼트로 쿼드러플 보기인 7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앞서가던 윌렛이 13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순식간에 리더보드 윗자리가 바뀌었다.
윌렛은 상승세를 타고 14,16번홀에서도 버디를 잡고 선두를 내달렸다. 스피스는 파5인 13,15번홀을 버디로 홀아웃하며 선두 복귀를 노렸으나 12번홀이 충격이 가시지 않은데다 17번홀(파4) 보기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2014년부터 3년연속 마스터스에 출전한 스피스는 ‘2위-우승-2위’의 성적을 냈다.
우승이 멀어진 후 18번홀 그린으로 스피스가 다가서자 갤러리들은 큰 박수로 격려했다. 스피스는 그 때까지만 해도 모자를 벗고 답례했으나 마지막 홀을 마친 후엔 울먹이기도 했다.
윌렛은 잉글랜드 셰필드에서 영국 성공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골프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파3홀에서 연습하기 위해 양떼 목장 한가운데 조성된 웨일스 서북부의 섬 앵글시까지 갔다. 그 때 이후 17년만에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믿어지지 않는 한 주였다."고 기뻐했다. 윌렛은 이 우승으로 세계랭킹 9위로 올라갈 전망이다.
웨스트우드는 15번홀에서 이글을 잡고 윌렛을 1타차로 추격했지만 16번홀에서 3퍼트를 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더스틴 존슨, J B 홈스(이상 미국),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합계 1언더파 287타로 4위에 올랐다. 올해 대회에서 합계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여섯 명에 불과했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합계 이븐파 288타로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최경주(SK텔레콤)가 갖고 있는 이 대회 아시아선수 최고성적(2004년, 단독 3위)은 깨지지 않았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렸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합계 1오버파 289타로 10위,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캘러웨이)는 4오버파 292타로 공동 17위,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에 도전했던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6오버파 294타로 공동 24위, 올해 파3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지미 워커(미국)는 7오버파 295타로 공동 29위, 재미교포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15오버파 303타로 공동 55위를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