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국의 반 이민 정서 부추기는 외국인들

2016-04-10 21:32
불법·편법 행위로 사회 질서 혼란, 이민자 대한 반감 높여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최근 미국 뉴저지 등지에서 외국인 1000여 명에 대한 학생·취업 비자 신청 서류 위조를 시도한 브로커 등이 연방 당국에 적발됐다.

미 연방검찰과 국토안보부 등 이민 당국의 장기적인 합동 수사에 덜미를 잡힌 이들은 전국에서 불법으로 학생(F-1)·전문직 취업(H-1B) 비자 서류 위조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거의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출신들인 불법 비자 취득자들은 모두 불법임을 알고도 서류 위조에 동의했으며, 이를 통해 발급받은 F-1 비자로 체류 신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법으로라도 비자를 받아 체류 신분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미국에 거주하며 돈을 벌려는 목적이다. 일부는 한국의 ‘기러기 엄마’들처럼 미국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서 유학생 아닌 유학생 신분을 유지한다.

실제로 미국 내 대도시들에서는 소위 ‘비자 장사’를 주업으로 하는 이름뿐인 ‘대학’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 대학을 통해 유학생 비자를 받아 불법으로 취업하거나 자녀를 미국 공립학교에 유학시키는 한국인들 또한 어디에나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는 교회 근처에도 가본적 없는 사람들이 등록금 내고 출석일수만 채우면 졸업 시켜주는 대학들에서 신학 관련 전공으로 학사는 물론 석사, 박사 과정까지 재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처럼 불법 또는 편법으로 체류 신분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미국 내 반 이민 정서를 심화시켜 수많은 합법 이민자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끊이지 않는 막말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굳건히 선두를 지킬 수 있는 주된 이유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다.

미국에서 불법이민자라고 하면 대부분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중남미 출신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앞서 예를 든 사건처럼 불법으로 비자를 취득해 미국에서 돈을 버는 아시아 출신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은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범죄 등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소위 3D 저임금 업종에서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아시아 출신들은 중남미 출신들보다 형편이 좋은 것에도 불구하고 세금 한푼 내지 않으면서 정부의 혜택만 받는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미국인들이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유학생 신분인 부모의 자녀가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공립 고등학교 학생 1인당 미국인들의 세금이 1년에 3만 5000달러(4000만원) 정도 쓰여진다.

때문에 미국 학부모들은 외국인 학생들에 대해 무턱대고 “세금도 안내는 저 학생들 때문에 우리의 엄청난 세금이 쓰여지고 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합법이민자들은 비자 관련 불법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갈수록 이민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수속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과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불법이나 편법을 저지르는 외국인들, 비자 장사가 주업인 일부 대학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돈을 챙기는 이민 브로커들의 네트워크가 결국 미국 내 반 이민 정서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