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어느 정당에 유리?

2016-04-10 17:15

▲ 4·13 국회의원 총선거 홍보대사 AOA 멤버 설현이 8일 오후 서울 청담동 주민센터에서 2016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난 8~9일 이틀간 치러진 4· 13총선 사전투표가 역대 최고 투표율인 12.2%로 마무리됐다. 각 선거구의 사전투표를 놓고 각 정당은 분주히 표를 계산하며 입모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본 선거 표심의 바로미터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순한 지역별 투표율만 가지고 전망하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전투표율이 본 선거의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율을 각 선거구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 투표율은 21.93%를 기록한 전라남도 담양·함평·영광·장성이었다. 총 15만7842명의 선거인 가운데 3만4612명이 사전투표를 택했다.
 
이밖에 전남지역에서 고흥·보성·장흥·강진(21.58%)과 영암·무안·신안(21.53%), 전라북도에서 남원·임실·순창(20.51%), 나주·화순(20.41) 등 모두 호남 지역구가 투표율 상위에 올랐다.
 
기초자치단체별로 보면 경상남도 하동군(사천·남해·하동)의 사전투표율이 25.84%를 기록했다. 4만3560명의 선거인 중 1만1257명이 이미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반면 전국 최저는 대구광역시 서구을로, 투표율이 7.93%에 불과했다. 이 지역의 유권자는 총 17만7832명으로 이 중 1만4104명만이 사전투표에 나섰다.
 
투표율 하위 지역에는 대구 내 서을 외에도 달성(8.66%), 중·남구(9.15%)와 경남 통영·고성(9.05%), 부산 서·동구(9.47%) 등이 있었다. 상위 지역과 반대로 모두 영남지역이다.
 
이로써 사전투표에서 최대와 최저 투표율은 약 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사전투표율 12.2%는 지난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11.5%) 당시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번 사전투표 결과를 놓고 각 정당은 하나같이 '유리할 수 없는 판세'라고 말하고 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에서 지지자들이 많은 부산, 대구가 가장 투표율이 낮았는데 이는 이곳 분들이 투표소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고 우려했다. 

정장선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장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
젊은층이 사전투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어떤 층이 많이 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하기에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8일 인천 연수구 동춘3동주민센터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선거구별로 보면 후보간 박빙 승부를 벌이는 격전지 또는 특정이슈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에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온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 수성구는 사전투표율이 14.59%로 2년 전 6·4 지방선거 때보다 5.18%포인트 뛰었다. 광주는 북구(16.36%)와 서구(16.40%)의 사전투표율이 2년 전보다 각각 3.17%포인트와 2.78%포인트 높아졌다.

대구 수성구의 경우 수성갑에선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경쟁하고 있고, 수성을은 공천 탈락으로 탈당한 주호영 무소속 후보와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가 겨루고 있다. 광주 역시 이형석 더민주 후보와 최경훈 국민의당 후보가 북을에서, 송갑석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송기석 후보가 서갑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본 선거일에 투표율이 오를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각 정당에게 '유불리'를 가늠하는 것도 현재 데이터로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추세로 봐서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전투표율이 높더라도 실제 투표율이 올라가기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등 보수적으로 투표율을 분석하는 정당들에 대해서도 "선거전략의 일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 교수 역시 "투표한 사람들은 이미 이전부터 고정적으로 선거날 투표를 해왔던 사람들이고, 그 날짜를 조금 앞당겨 투표한 것 뿐"이라며 "사전투표제가 기존에 투표에 관심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흥미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동조했다. 

가 교수는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본 선거날 투표하러 가자는 분위기를 못 띄울 수도 있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사전투표제가 효과를 보려면 선거운동을 재미있게 하거나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 선거 참여에 대한 의무감을 높이는 등의 방안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