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순·손동연이 이어가는 “엔지니어들의 우정”
2016-04-10 12:55
손 사장 대우차 시절 기술 애로 해결위해 현대차 이 부회장 찾아가
기술 자립 공감대에 경쟁사 지만 지식 교류
두산서 한솥밥 먹으며 K2전차 파워팩 개발 성공
기술 자립 공감대에 경쟁사 지만 지식 교류
두산서 한솥밥 먹으며 K2전차 파워팩 개발 성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최고의 엔지니어입니다.”(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
“제 인생을 이끌어준 멘토입니다.”(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과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의 남다른 인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다.
당시 두 사람의 두산행(行)을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공식적인 기록으로만 보면 두 사람간 연결고리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를, 손 사장은 1958년생으로 한양대를 각각 졸업했다.
그런데, 손 사장의 드러나지 않은 이력에는 현대차 근무 경력이 있었다. 1985년초 서울대학원을 졸업한 그가 현대차 마북리 연구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을 때 손 사장의 직속상관이 연구위원이었던 이 부회장이었던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부회장으로부터 업무 관련 자문을 받았던 손 사장은 1989년 대우자동차로 회사를 옮기면서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하지만 회사가 달라진 후에도 두 사람은 관계를 이어갔다. 자동차 연구개발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친 손 사장이 비록 경쟁사였지만 같은 업종, 같은 분야의 선배 격인 이 부회장을 찾아간 것. 이 부회장도 손 사장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편, 후배인 손 사장으로부터도 많은 경험을 배웠다. 국내 최고의 자동차 연구개발(R&D)분야 전문가로서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면 서로 힘을 합쳐야 된다는 엔지니어로서의 열정이 통했던 것이다.
이들의 우정은 두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두산그룹에 손 사장을 추천한 이도 이 부회장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난항에 빠져있던 순수 국산 전차인 K2의 심장인 파워팩(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제품)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1500마력의 파워팩 생산기술은 독일만 보유하고 있고 기술이전을 거부했다. 하지만 파워팩은 K2, 더 나아가 한국 방위산업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파워팩 국산화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 제품을 올 하반기부터 양산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 분은 현재 두산타워내 같은 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일주일에 30분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엔지니어이자 기업가로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