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스타 "활발하고 자기 일에 충실하면 '멋진여자' 아이겠심니까"

2016-04-08 15:12

트로트 듀오 두스타의 김강(왼쪽)과 진해성[사진=KDH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바람이 분다 길가에 목롯집. 그냥 가긴 서운하잖아. 나 한 잔 자네 한 잔 권커니 한 번은 내 세상도 오겠지. / 때로는 깃털처럼 휘날리며 때로는 먼지처럼 밟히며. 아자 하루를 살아냈네.'(남진 '나야 나' 중)

또래에 비해 트로트를 좋아한다. 음악을 잘 편식하지 않는 넓은 취향인 것도 하나의 이유고, 또 하나는 소주 냄새가 나서다. 전주나 가사에서 소주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악에 속되게 말해 '꽂히는' 편이다.

최근 데뷔한 트로트 듀오 두스타의 '반갑다 친구야'는 3분 19초 동안 적어도 세 번 이상 소주 생각이 나게 한다. 라틴풍의 신나는 전주가 시작될 때 한 번, 정직한 창법의 김강에 이어 진해성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세월 많이 흘렀구나 낯설은 너의 얼굴'이라고 노래할 때 두 번, 마지막으로 '친구야 때때때때 때로는 때때때때 술 한잔 때때때때 하면서'라며 직접적으로 술 이야기를 꺼낼 때가 세 번째다.

"반응이 좋심니다. 많이 사랑을 받으면 두스타 하면서도 솔로도 하고. 좋은 노래 나오면 또 두스타로도 나오고. 팔색 매력을 보여드리면서 하는 게 좋지 않겠심니까."

최근 아주경제 사옥에서 만난 두스타의 진해성은 두스타와 '반갑다 친구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 문장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솔로도 하고'에서 '솔'을 '쏠'이 아니라 쓰인 그대로 '솔'이라 읽어야 한다는 거다. 마찬가지로 '팔색조'도 그렇다. '팔쌕조'라고 읽으면 맛이 안 산다.

준수한 외모에 맛깔나는 노래 실력, 구수하게 쏟아내는 부산 사투리까지. 그 말마따라 참 '팔색조'다.
 

두스타의 진해성[사진=KDH엔터테인먼트 제공]


두스타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김강과 진해성은 따로 또 같이 활동을 이어나간다. 함께 노래할 때는 '반갑다 친구야'를 각자 무대에 설 때는 '나는 남자다'와 '멋진여자'를 부른다.

제목만 보면 김강이 '상남자'에 가까울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강은 부드럽고 섬세한 매력을 갖고 있다. 진해성은 아무리 같은 멤버라도 손잡는 건 질색하는 '부산 사나이'다. 같은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것도 남사스럽단다. 인터뷰 전 점심을 먹을 때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세트로 입은 재킷을 벗어 둘 정도다. "남자들끼리 하는 스킨십도 닭살스럽게 생각을 한다. 걸을 때도 나와 거리를 둔다"며 김강은 멋쩍게 웃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팀을 이루게 된 건 의외로 진해성의 제안 덕이었다. 뒤늦게 소속사에 들어온 김강을 보고 처음엔 경쟁심을 느꼈지만 이후 같이 해서 '윈윈(Win-Win)'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행님이 들어오기 전에 1979년생이란 말을 듣고 '나이가 많구나'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그 나이가 아인기라요. 이야, 서울 물이 좋긴 좋구나 했지요. 나중에 노래를 딱 들었는데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이 들데요. 제 귀가 억수로 고급스러운 귀, 예민한 귀거든요. 야, 이거 까딱 잘몬하면 밀리겠구나 싶은거예요. 깅쟁자이지만 선의의 깅쟁. 도와줄 건 도와주면서 하다가 우리 둘이 하면 무슨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더라고요. 대표님께 말씀드렸죠."

이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직선적인 창법의 김강과 맛깔나게 꺾이는 진해성의 창법은 귀신같은 조화를 이룬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오히려 다르기에 상호보완이 기가 막히게 된다.

그러다 또 따로 노래할 때는 자신의 목소리 특성을 극대화해 다른 맛을 낸다. 진해성의 '멋진여자'는 로맨틱한 트로트의 진수를, 김강의 '나는 남자다'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꿋꿋이 버티는 남자의 심경을 표현한다. 김강 자신이 롤모델로 꼽는 남진의 '나야 나'가 떠오르는 가사는 '상남자' 그 자체다.
 

두스타로 데뷔하기 전 여러 차례 좌절을 겪은 김강[사진=KDH엔터테인먼트 제공]


두스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가수의 길이 마냥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김강은 지난 1998년 처음으로 앨범을 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 했다. 이후 발매한 몇 장의 앨범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래를 포기하고 방황하다 다섯 가지 사업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두스타의 각오는 남다르다. 많은 굴곡을 거친, 자신의 노래 '나는 남자다' 가사처럼 '마디마디가 굵은 인생을 산' 김강은 "잔잔하게 묵묵하게 조용히 항상 노래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자신이 겪은 여러 경험들을 바탕으로 대중의 희로애락에 공감하고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게 목표다.

진해성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최고의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그는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술 마시고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했다. 쉬는 시간은 오롯이 자기계발에 투자한다는 그다.

"커리어 우먼 아이겠심니까. 멋진 남자, 멋진 여자가 따로 있는 게 아이라 함께하면서 서로 행복하게 해 주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지요. 활발하게 자기 일에 충실하고. 그런 여자가 멋진 여자인 것 같심니다."

'노래 제목이 '멋진여자'인데 어떤 여자가 멋진 여자냐'는 질문에 대한 진해성의 대답이다. 이 말을 두스타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다.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한눈팔지 않고 절실하게 노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면서 대중을 행복하게 해주는 '멋진 가수'가 되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