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감정'의 얼굴…강운 'Play : Pray'전

2016-04-07 16:16
사비나미술관, 다음 달 6일까지 강운 작가 개인전 개최

강운 '공기와 꿈', 181.8x259cm, 2015.[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대기 중의 수증기 응결에 의해 생기는 작은 물방울 또는 빙정(氷晶)'.('화학대사전', 세화편집부)

과학적으로는 '구름'을 이렇게 정의하나 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녕 구름을 '일정한 그 무엇'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때로는 그리운 이의 얼굴로,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그리고 가끔은 먹고 싶은 음식으로까지 변모하는 '무한대의 정형성' 구름을 말이다.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오는 5월 6일까지 '구름 작가' 강운(50)의 개인전 'PLAY : PRAY'를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강 작가의 '한지 오려 겹겹이 붙이기' 내공이 느껴지는 '공기와 꿈' 시리즈 16점과 의식을 치르듯, 장난을 하듯 화선지에 물을 번지게 해 탄생시킨 '물 위를 긋다' 작품들을 선보인다. 

강 작가는 공기와 꿈 시리즈에 대해 "비가시적 에너지의 흐름에 감정을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시시각각 변하며 흘러가는 구름을 그렸지만, 실은 구름을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을 그렸다는 말일 게다. 
 

강운 '공기와 꿈', 181.8x259cm, 2015.[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그가 원래부터 구름을 한지로 표현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부터 2005년까지는 물감 작업을 주로 하며 광주비엔날레, 도쿄 모리미술관 초대전,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등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다 어느 표구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배접(褙接)의 흔적에 그는 그동안 쌓았던 작가로서의 명성을 잊기로 하고, 캔버스 위에 염색 한지를 붙이고 또 그 위에 가장 얇은 한지를 마름모꼴로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는 과정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에 '구름 운'(雲)자가 들어 있기 때문일까? 그에게 구름은 "운명처럼 함께하며 관찰하고, 사색하고 표현하는 대상"이다. 그는 구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 공기의 변화 등을 화폭에 담아내며 삶과 자연의 정신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이 마음에 품은 꿈과 방랑이었다면, 장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본 구름인지는 중요치 않다. 구름은 강운이라는 한 자연인을 이만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강운 '물 위를 긋다', 모두 35x23cm, 2016.(파란점만 2015년작)[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강 작가는 매일 아침 아크릴판 위에 화선지를 올려놓고 단번에 선을 그어 '번짐'과 '스며듦'을 장난스럽게 혹은 성찰적으로 바라봤다. 이렇게 나타난 형상은 자연의 근원인 물이 주는 천차만별의 생명 모습이자, 세상(구름)을 이루는 물방울 입자의 다양한 표정이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은 "그날그날 다른 기온과 습도, 작가의 신체리듬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한 작업"이라며 "작가의 육체와 정신, 환경이 만들어낸 놀이이자 작가의 그림일기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이제 이 전시의 제목이 왜 'PLAY : PRAY'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얇디얇은 한지를 하나하나 붙이는 지난한 과정은 'PRAY', 가볍게 떨어뜨린 물방울을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PLAY'가 아닐는지. 하지만 이 구분은 미술평론가 변종필의 말대로 "보는 사람 혹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전혀 반대로 인식"될 수도 있겠다. 

여하튼 공기와 꿈, 물 위를 긋다 두 시리즈는 "특정 틀에 얽매이기 싫고, 매 순간을 중요시한다"는 강 작가의 인생 철학을 각각 구름과 물방울로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