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페이퍼스 파장 아이슬란드 총리 사임
2016-04-06 08:48
역외재산 은닉시도 드러나…분노에 찬 국민들 대거시위에 무릎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고 진보당 부대표인 시구르두르 잉기 요한슨 농업장관이 5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서 진보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현지 방송 RUV를 통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요한손 장관은 자신이 진보당-독립당 연정을 이끌 후임 총리로 지명됐다고 덧붙였다. 귄로이그손은 총리직에선 물러나지만 진보당 대표직은 유지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연정 파트너인 독립당의 대표인 브랴르니 베네딕트손 재무장관은 연정 유지가 가능한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귄로이그손 총리는 의회에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 오전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사임을 거부하기도 했다.
귄로이그손 총리는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름이 거론되어 조세회피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자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즉각 시위에 나섰다. 전날 저녁 수도 레이캬비크의 의회 앞에서는 만명이 넘는 시위자들이 몰려드려 1만명가량의 시위자들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귄뢰이그손 총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현지 TV와 인터뷰에서 "조세회피처에 숨긴 재산이 없으며, 재산보유 과정에서 규정이나 법을 어긴 게 없다"면서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위와 분노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귄뢰이그손 총리와 그의 부인이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도움을 받아 2007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윈트리스'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했다. 부인이 아이슬란드 내 유일한 도요타 자동차 수입업체를 소유한 부친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설립한 것이다.
그러나 귄뢰이그손 총리는 2009년 4월 의원에 당선될 때 윈트리스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2009년 12월말 윈트리스에 대한 자신의 지분 50%를 부인에게 단돈 1달러에 넘겼다. 2013년 총리로 취임할 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여기에 이해상충 문제가 더해졌다.
윈트리스는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약 480만달러(약 48억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 은행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파산했다.
2013년 4월 귄뢰이그손을 총리로 하는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들 파산은행과 이들 은행에 예금을 했다가 물린 영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 예금자들 사이에 벌이는 채권협상을 관여했다. 총리는 부인이 소유한 윈트리스의 은행채 협상에 관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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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뢰이그손 총리와 부인이 윈트리스와 관련된 세금을 모두 냈고 회계법인도 이를 확인했지만 아이슬란드 국민은 재산을 역외에 감추려한 시도라고 분노하고 있다.